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역사는한번씩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우리 군은 과거에 문제가 됐던 일들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밝히는 자세를 갖고 정리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김종환(金鍾煥) 합참의장 등 군주요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해방을 맞으면서 그 이전역사가 정리되지 않았고, 군사정부 시절의 잘못된 역사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최근 과거문제가 국민들 관심이 되고 있고, 군과 관련해서도이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면서 "역사가 필요한 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불거지고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결단을 할 때 새로운 신뢰가 싹튼다"면서 "과거를 긍정적으로 결단한 독일과 그렇지 못한 일본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대변인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오늘 발언이 군인들의 정치적 사건까지포함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 정도로 확대해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의문사위 사건과 관련한 얘기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일제하 역사와 군사정권 역사를 언급한 대목은 말그대로 일반론적인 언급"이라며 "군사정권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군이 정리해야한다고 비약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의문사위가 조사를 할 때 군지휘관의 명예와 자존심을 존중해달라는 참석자들의 건의를 받고 "군지휘관의 자존심과 지위에 맞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 재조정,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등과 같은 중요한 정책판단들은 정치적 결단인 만큼 정부와 대통령에게 맡겨달라"면서 "이런 결단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장관을 통해 여러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남북장성급회담이 열렸는데 정치적으로 보면 상당히 큰 성과라고 보지만 군으로선 부담스런 면도 있을 것"이라며 "어디까지 신뢰하고 어떤 것을불신해야 하는지 한계를 정하기가 쉽지않은 면도 있는 만큼 새 환경 변화에 대응해장관을 중심으로 규범, 군율, 명령에 따라 잘 대응해 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와 군의 갈등이라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는데 군과대통령 사이의 갈등이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갈등이 있다면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면서 "이런 얘기에 흔들리지 말고 새로운 상황에 잘 대처해나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최근 `국방 문민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문민화는 장기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군 스스로가 합심해 자율적으로 개혁하면 장관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고, 문민화보다 중요한 것은 군 스스로가 자율적으로국방개혁을 추진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군 장성들에 대한 일부 수사와 그에 따른문책조치와 관련, "몇몇 분들이 도중하차했는데 마음아픈 일"이라며 "그러나 특별히의도되거나 기획된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cbr@yna.co.kr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