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는 뭉쳐라' 전세계 전자, 반도체, IT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글로벌 합종연횡'(合從連衡)에적극 나서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과정의 리스크를 줄이고 유력 업체들간 협력을 통해 해당 부문의 표준을 선점,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제휴는 일본 LCD 업체 3사의 공동 생산 협정이다.

일본의 히타치와 마쓰시타, 도시바는 공동 출자를 통해 오는 2006년까지 히타치의 자회사인 히타치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일본 치바현에 6세대(1500㎜×1850㎜) LCD 패널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들 3사의 총 투자액은 1천억엔(한화 약 1조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이 합작은 한국과 대만 등에 비해 LCD의 대형화를 결정짓는 세대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을 감안, 투자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무섭게 성장하는 LCD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일본의 소니는 지난달 충남 아산시 탕정에서양사 합작사인 에스엘시디(S-LCD) 출범식과 설비 반입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S-LCD는 올해말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7세대(1870㎜×2200㎜) 패널을 매달 6만매씩 양산해 삼성과 소니에 각각 50%씩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소니측으로서는 LCD 패널생산라인이 없는 만큼 안정적 LCD 공급선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합작이나, 7세대 LCD 제품을 통해 전세계 대형 LCD TV 시장의 표준을 선점한다는 양사의 공통 목표 역시 중요한 합작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000660]가 스위스의 ST마이크로와 합작으로 중국에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2000년대 초에 있었던 반도체업계의 `합종연횡' 바람이 또 다시 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 9일 하이닉스의 `중국 현지공장 설립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논란을 빚어왔던 양사간 중국 합장공장 설립을 마무리했다.

ST마이크로의 투자 등을 통해 200㎜ 및 300㎜ 웨이퍼 생산라인 모두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이번 설립안 승인으로 하이닉스는 상계관세 등 통상마찰 문제를 해소하고중국시장 공략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것은 물론 300㎜ 라인을 통한 원가 경쟁력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대만 프로모스사에 첨단 D램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대신 프로모스사의 300㎜ 웨이퍼 가공 생산라인을 이용해 D램을 생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활발한 제휴 작업을 벌여왔다.

휴대전화 업계에서도 최근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4위 휴대폰 업체인 지멘스와 세계 6위인 LG전자[066570]가휴대폰 관련 조인트벤처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는 GSM(유럽식이동통신) 방식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단말기 부문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등 다른 기술부문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양사가 사업제휴를 할 경우 서로의 부족한 점을보완해 주는 `윈-윈'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협력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시장에 CDMA 단말기 2천130만대를 공급, 21.6%의 점유율로삼성전자와 모토로라를 한꺼번에 추월하며 세계 1위에 올랐지만 GSM 부문서는 9위에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쟁시대의 필수적 생존전략은 업체간 상호 협력을 통해 약점은 보완하되 강점은 더욱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소 투자, 최대효율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합종연횡은 향후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