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조가 고구려의 실체를 인정했음을 보여주는 중국 고(古)지도들이 국내 최초로 대거 공개됐다.

이들 자료는 최근 중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 역사를 통째로 삭제하는 등 고구려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김우준 교수는 9일 중국 남송(南宋)때 제작된 우공구주금주도(禹貢九州今州圖.1209년)와 지리도(地理圖.1247년), 청대(淸代)에 제작된 동남양각국연초도(東南洋各國沿草圖.1880년) 등 지도 5점을 공개했다.

이들 지도는 중국 내 문물출판사와 하얼빈지도출판사에서 출간된 중국고대지도집과 중화고지도진품선집에 실려있다.

전국시대부터 원(元)나라 때까지 중국과 한국의 역대 왕조명을 지도상에 기록해놓은 우공구주금주도는 `고조선', `고려', `동이', `백제', `신라' 등의 명칭을 시대구분 없이 만주지역과 한반도 일대 곳곳에 적어 놓았다.

김 교수는 "5세기 장수왕 때 고구려가 고려로 국호를 개칭한 일은 중원고구려비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지도상에 표기된 고려는 당시 고구려를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중국 영토내 왕조를 기록한 지도 특성상,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였다면 중국 북동부에 별도로 표기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고구려를 의미하는 `고려'는 고구려의 옛 영토인 압록강 부근에 표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화이구역총요도(古今華夷區域總要圖.1185년 제작)와 지리도, 동진단지리도(東震旦地理圖.1260-64년 제작추정) 등 세 지도에서는 한반도 일대의 국가를 `고려.신라.백제', `고려.신라.여진.발해', `고려.백제.신라.옥저'로 각각 표기해 놓고 있다.

함께 공개된 동남양각국연초도에는 옛 국가와 지도 제작 당시 현존 국가명을 흑백으로 대비해 표기하고 있는데, `고려.신라.백제'는 검은 바탕 위 흰 글자로, 지도제작 시기인 청(淸)때의 `조선'은 흰 바탕에 검은 글자로 표기돼 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중국 역사서에서도 종종 고구려 대신 고려라는 명칭이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도들은 한반도 `고대 3국' 안에 고구려를 포함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고구려는 고려가 계승한 엄연한 우리 역사이며 이는 역사적 유물과 유적들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jlov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