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국제공항에 있는 국제특송·물류기업 DHL의 물류센터.

지난 4일 DHL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전략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DHL은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에 1억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지역의 두번째 메인 허브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홍콩국제공항에 마련된 새 물류센터를 중국 및 아·태지역의 모든 물류서비스의 관문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이날 발표의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DHL 측은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 시장 진출전략'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중국 내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에 대규모 물류거점을 만들고 14개 지점을 설치해 중국 물류시장을 직접 전세계와 연결하겠다는 투자전략도 발표했다.

이 대목에서 세계적 물류기업인 DHL의 아·태지역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궁금했다.

기자의 질문에 DHL 아·태 지역 CEO인 존 뮬렌은 "DHL은 아·태 시장을 모두 중요시하지만 핵심시장은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중국"이라면서 "중국 물류시장의 발전과 함께 한국,특히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물류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시장의 장래도 낙관적으로 평가했지만 어디까지나 중국의 급성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으며 한국시장이 동북아 허브로 도약할 잠재력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요컨대 한국은 물류시장 규모나 성장잠재력면에서 상하이나 광저우 등 중국 도시보다 월등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는 듯했다.

한국물류시장에 대한 바깥의 평가는 '동북아물류중심'을 국가전략사업의 하나로 내걸고 있는 우리 정부의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

국내 현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부산과 광양 투 포트'전략으로 동북아해운중심을 세운다고 했지만 광양은 물동량 부족으로 향후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이제 '동북아허브'와 같은 휘황찬란한 정책슬로건을 그만 접고 국제시장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우리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나을 듯 싶다.

홍콩=이태명 사회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