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주일간의 하계 휴가를 마치고 9일 업무에 공식 복귀한다.

지난 3일 창덕궁을 찾은데 이어 6일 오후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시내 호암아트홀에서 공연중인 국립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의 뮤지컬 인형극 `진기한콘서트'를 관람한 것 외에는 주로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독서와 휴식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번 여름 휴가는 `휴가 아닌 휴가'였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장을 비롯, 국가 정체성 논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뒤늦은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 판매금지 파문, 고유가 행진, 증시 침체 등 경제환경 악화 등 연이어 제기되는 민감한 현안들이 노 대통령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관계 수석.보좌관들로부터 이들 현안과 관련해 각종 보고를받고 지시도 내렸다.

노 대통령은 특히 휴가 첫날인 2일엔 금융감독위원장을 내정한 뒤 공무원노조관련 보고서를 일독했고, 3일에는 범인을 검거하는 도중 순직한 두 경찰관 빈소에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을 보내 조문했다.

6일에는 군(軍) 사기 증진을 위해 환태평양훈련(림팩) 참가 부대에 전화를 걸어격려하는 등 일손을 놓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런 기조하에서 올 하반기에는 무엇보다 경제와 외교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양대 테마는 경제와 정상외교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국내적으로는 경제, 대외적으로는 외교에 주력, 국정을 순조롭게 풀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문제의 경우 국내외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성장동력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에 직면했다는 경제계 일각의 비관적 전망을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금주 후반께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와 경제각료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올해 전반기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역점분야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게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홍보수석의 설명이다.

또한 중산층의 소비심리를 자극, 극도의 침체에 빠져있는 내수를 진작시키고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의 장기 호황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방안들이 검토될 것으로알려졌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내달 중하순께 러시아 방문을 시작으로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에 참석, 각국 정상들과의 활발한 정상외교를 벌일 예정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제는 외교다"라는 말들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이번 휴가 기간에 다듬은 정국 구상을 오는 `8.15 경축사'에 담아낼 것으로 알려졌다.

경축사에 담을 내용은 이병완 수석을 중심으로 그간 `초벌구이'를 했으며, 이번주부터 공식 테이블에 올려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수석은 "지금까지는 홍보수석실 내부 회의를 하면서 전문가들 얘기를 많이들었으나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축사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대통령의 말씀을듣고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에서 경제난 심화에 따른 민심 불안을 수습하고경제활력을 회복할 `희망'을 제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분야에서도 6자회담 등 평화적 방법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남북관계의화해협력기조 강화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특단의구상이 나올지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재배치 등 안보현안과 신행정수도 건설, 국가정체성 논란등에 대한 언급 수위도 관심거리다.
또한 한.중.일 3국의 외교현안으로 급부상하고있는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표명 여부도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10년내 자주국방 역량 축적'을 키워드로제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