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44 달러선을 돌파, 세계 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기름값은 5일을 분기점으로 일시 멈칫하면서 42달러선으로 내려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폭등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4일 러시아 유코스 석유회사의 수출지속 전망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증산에 여력이 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가 42.83달러로 돌아섰다.

그러나 국제 기름값 40달러선이라는 고유가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경우에 따라서는 세계 경제에 또 한차례의 '오일 쇼크'가 닥칠지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배럴당 기름값 50달러 시대가 오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관측과 함께 일정시점에 석유 수급이 적정선을 찾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낙관론이 혼재하면서 세계경제는 고유가 시대의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0... 미국에서는 경기호황에 가려 유가의 앙등이 아직까지는 `위기상황'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국민경제 전반과 일반 소비자들의 행태에 서서히 영향을미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회원제 자동차 서비스 업체인 `트리플 A (AA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들이 유가 동향을 가장 현실감있게 느끼도록 하는 휘발유 가격은 지난 5월 갤런당 전국 평균 2.054달러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1.883달러로 잠시 하락했으나 최근의 유가 급등세로 종전 최고기록이 다시 위협받게 될 전망이다.

감세 및 저금리 혜택이 사라진데다 2, 3년전만 해도 갤런당 1달러 선에 불과했던 휘발유 값마저 치솟고 보니 아무리 지금의 경제가 호황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일 수 밖에 없어 잘 나가던 미국 경제는 급브레이크가 걸린 양상이다.

유가의 본격적인 급등이 시작되기 전인 1.4분기에 이미 미국 경제 성장률은 3%에 그쳐 전분기의 4.5%에 비해 크게 둔화됐으며 6월 소비지출도 0.7% 줄어 9개월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 의원은 "대체 에너지 개발 촉진과 에너지 절감 기술을 통해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을 낮춰야 한다"고 에너지 문제를 대선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정부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문제가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경제성장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뉴욕= 추왕훈 특파원)

0... 뉴욕, 런던 시장에서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 기록을 갱신하자 프랑스에서는 지난 2000년의 경제 한파가 다시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세계 정보통신 업계의 거품 붕괴,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발생했던 당시 국제경기 급랭의 후유증을 아직까지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 2-3년 동안 좀처럼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올 들어서야 겨우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성장세가 최근에, 그것도 아주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우려가 확산되자 니콜라 사르코지 경제재무장관은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이 경제회복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 진화에 나섰다.

사르코지 장관은 유가 등 원자재 상승이 "불안요소"임에는 틀림없으나 "당장은 경제성장의 재도래를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은 석유 소비량이 많거나 급증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국제유가 급등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할 때 달러에 비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가치가 유가 급등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파리= 현경숙 특파원)

0... 최근 국제 유가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가 전체 수출에서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하루 평균 9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당분간 900만 배럴 이상의 생산은 8월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정부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유코스 조차도 7개월동안 4천980만t을 생산해전년 동기보다 8.9%가 증가했다.

문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얼마만큼 생산량을 늘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러시아도 석유 생산을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먼저 러시아에서 유류 수송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트란스네프트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건설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석유 수출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그리고리예프 트란스네프트 부사장은 "정부가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건설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5년간 증가세를 기록해왔던 석유 수출은 꺽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석유 증산을 막는 또다른 이유는 석유 등 원자재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 이를 위해 올들어 석유 수출세를 대폭 올리는 등 석유 회사들의 생산을 일정 수준에서 억제하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쥐고 있는 뜨거운 감자는 '유코스 사태'다.
러시아는 '유코스 처벌과 유가'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 유가가 널뛰기하는 상황에서 유코스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국제적인 압력을 받아왔다.

러시아 정부가 4일 유코스에 대한 자산 동결을 전격적으로 해제한 것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에 대해 자국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 국내 시장의 경우 풍부한 공급 덕분에 당분간 세계적인 고유가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모스크바 연료협회는 올들어 자동차 정유 가격이 작년보다 63% 상승해 리터당평균 14.83 루블을 기록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내 가격은 조만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스크바= 김병호 특파원)

0...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당국이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원유 수입량은 6천102만t으로 지난해보다 39.3% 늘어났고 정유 수입량도 1천985만t으로 56.6%나 폭증했다.

해관총서의 분석가들은 중국이 전체 석유 소비량의 3분의 1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 상승이 중국의 무역수지와 산업생산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우려를 입증하듯 상무부가 최근 내놓은 분석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원유 수입이 올 연말까지 1억1천만t에 달해 전년 대비 21%라는 사상 최고의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 수입도 4천만t으로 지난해보다 약 40%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의 한 간부는 "중국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에너지 고소비 형태의 생산 및 생활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제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자가용 승용차의 급증에 대해 우려하며 시민들의 승용차 이용 자제와 함께 경제성 높은 소형차 개발 및 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수단의 개발 등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박기성 특파원)

0...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고유가 파동에 따른 세계경제의 동반 붕괴를 막기위해 증산 결정을 내렸다.

노후한 유전의 폐쇄를 연기하고 아부 사파와 카티프 등 새로 개발한 2개의 해저유전도 계획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산유를 시작했다. 매장량은 아부 사파 유전이 61억배럴, 카티프 유전이 84억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새로 개발된 유전이 3개월 안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하루 80만배럴의 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OPEC 회원국들이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재 한계에 가까운 생산을 하고 있어 비교적 여력이 있는 사우디의 추가 증산이 가격안정에 절대적이다. 아람코측은 아부 사파 유전과 카프 유전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세계 시장 공급량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빨라도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 6월말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31일 서방 언론과의 회견에서는 현재 세계 시장의 공급은 충분하며 투기로 인해 가격파동이 벌어지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가격대는 배럴 당 22-28 달러이지 40달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지난 30년간 산유 목표량을 발표한뒤 나중에는 하향 조정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고유가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사우디 브리티시 은행(SABB)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국영상업은행(NCB)이 3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고유가에 힘입어 사우디의 올해 재정흑자는 560억리얄(미화 149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배럴 당 40달러를 넘는 예상외의 고유가 덕분에 올해 총수입은 2천960억리얄, 이 가운데 석유수입은 2천480억리얄을 기록할 것으로 NCB는 예상했다.

사우디의 현재 추정 원유 매장량은 2천620억배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최근 보고서에서 사우디의 석유자원이 고갈되려면 최소한 7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이로= 정광훈 특파원)

0... 국제 유가가 비록 반전양상을 보이곤 있지만 여전히 40 달러선의 고유가를 견지함에 따라 스위스 경제에도 주름살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지속한다면 올들어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에 발맞춰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스위스 경제의 회복세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로이스 비숍버거는 유가가 40달러선이나 그 이상으로 오른다면 경제회복의 감속(減速)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스위스 경기순환연구소(KOF)의 베른트 쉽스 소장도 유가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40달러선을 계속 맴돈다면 0.5%의 경제성장률 저하가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6월중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유가 상승을 일시적변수로 상정, 인플레 위협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유가가 장기추세라면 이런 낙관적 시각도 수정될 공산이 크다.

스위스 경제부(SECO)는 유가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관련, 성장세가 멈추기 위해서는 유가가 극적인 상승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전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금융계에서 '현인'으로 지칭되는 스위스 출신의 투자분석가 마르크 파버는 지난 4월말 국제 원자재 가격은 이미 장기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면서 특히 석유의 상승폭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파버는 지난 1987년 뉴욕 증시의 이른바 '검은 월요일'과 지난 90년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잇따라 경고함으로써 '닥터 둠(doom)'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인물.

그는 석유의 경우, 상승을 위한 펀더멘털이 튼튼해 대세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시아 경제가 향후 수년간 장기 불황이나 침체에 접어들지 않는한 석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 틀림 없다고 단언했다.

아시아 전체의 석유 수요는 현재 미국(하루 2천200만배럴)에 버금가는 하루 2천만배럴이며 향후 6-12년 뒤에는 배증할 것으로 예상돼 수급 측면에서 고유가는 피할수 없는 일이라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을 포함한 세계 5대 유전이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이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한다.

스위스의 에너지 전문가 베른하트르 필러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향후 10-15년에는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이 소진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유가는 계속해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먼 앞으로 내다보는 관점에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당장 이 나라의 국적항공사인 '스위스'가 타격을 입고 있다. 스위스 항공은 피나는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고유가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올해도 적자 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나라의 석유 공급의 30%를 차지하는 리비아가 경제제재 해제와 고유가로 큰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보고 리비아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스위스 재계가 품고 있는 한가닥 희망이다.

(제네바= 문정식 특파원)

0... 일본의 경우 국제원유가 폭등의 영향은 당장 석유화학제품과 유리 등 소재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데미쓰(出光)흥산은 합성수지 원료인 스티렌모노머 가격을 평균 20% 인상한다고 4일 발표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른데다 벤젠가격도올랐기 때문. 이데미쓰는 합성수지 메이커들과 1일 출하분부터 소급 인상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아사히(旭)화성과 이데미쓰흥산이 출자한 PS저팬도 원료인 스티렌모노머 가격인상에 맞춰 가전제품과 식품용기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스틸렌 수지 가격을 9월 1일 출하분부터 ㎏당 25엔 올리기로 했다. 센트럴유리는 국제원유가 급등에따른 연료비 상승을 들어 판유리 출하가격을 10월 1일부터 5-10% 올릴 계획이다.

정유업계는 "이대로 가면 9월부터 휘발유 출하가격을 ℓ당 1.7엔(약 17원) 올릴수 밖에 없다"고 밝히는 등 머지 않아 유가의 소비자 가격 전가가 불가피할 것으로예상된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2.4분기(7-9월) 이후 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선에 머물면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8%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수요감소로 기업의 수익이 4.5% 감소하고 주가도 7.5% 떨어지는 한편 개인소비도 둔화돼 실질성장률이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 유럽 수석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스테드먼은 "▲미국대통령 선거를 앞둔 테러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능력 한계 ▲중국과 미국의 수요증가 등으로 유가가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급에 변화가 없으면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연내에 배럴당 최고 50달러, 북해산 원유도 48달러 정도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해영 특파원)

0...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속에 태국의 저유가 시대는 사실상 종막을 고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 전이다. 탁신 치나왓 총리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석유기금'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해 유가를 안정시키는 유가 상한제를 고수해왔으나기력이 거의 다 소진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태국 에너지부는 올들어 몇 차례에 걸쳐 휘발유 가격을 올린데 이어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를 반영, 추가 인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고유가추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국내 유가의 시장연동제를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현재 에너지부 안에서는 국제 유가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휘발유 가격 연동제 도입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방콕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실제로 지난 몇달 사이에 큰 폭으로 올라 자가용운전자들의 지갑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 태국 남부의 국제 휴양지 푸켓에서는 휘발유에 물 등을 섞은 가짜 휘발유가 유통되기도 한다고 한 택시 기사가 귀띔했다.

태국 정부는 국제 벙커유 값이 t당 192달러로 급등한 데 따른 생산 코스트 상승으로 국내 물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인플레율이 3.1%로 6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상무부는 그동안 유가 보조금 덕에 인플레 압력이 완화돼왔는데 바트화 약세속에 오는 10월 예정대로 전기세인상 조치가 취해지면 올해 소비자물가 예측치 상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국의 석유 전문가 마눈 시르완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나왔던 것이라며 이제 유가가 이 수준을 돌파할 공산이 커졌다고말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가 디젤유 가격을 인상하든 안하든 국내 휘발유 가격 연동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국의 `국가 석유기금'이 유가 상한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 쏟아부은 돈은 214억3천만 바트(1바트는 30원꼴)에 이른다.태국의 올 1∼5월중 유류 수입은 작년 동기에 비해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탁신 총리 정부는 에너지 코스트 절감을 위해 휘발유 대신 가소홀(휘발유와 에틸알코올 혼합연료)과 같은 대체 연료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휘발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에코 카'(Eco-Car)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아울러 태양열 사용 활성화 방안도 연구중이다.

(방콕= 조성부 특파원)

0... 최근 지속되는 국제유가의 폭등세는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4위의 경제국인 인도는 원유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 분기에는 원유 수입액이 66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30%를 차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적은 강우량으로 농업생산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유가 파동까지 겹친다면 소비는 부진한 가운데 비용은 늘어나 제조업이 타격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치담바람 재무장관이 지난 3일 거듭 확인했던 인도 정부의 목표치인 올해 6.2-7.4%의 경제성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RPG 재단이 지난 200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럴당 5달러의 유가 상승은인도의 경제성장률에 0.5%의 둔화를 가져오는데 유가는 최근 한달간 이미 5달러 이상 올랐다.

국가응용경제연구회의 아누쉬리 신나 수석 연구원은 이와 관련, 올해 고유가 때문에 소비자 물가가 1% 포인트 더 오르고 이는 수요부진과 소비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높은 수입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1천200억달러의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무역수지 흑자로 이번 고유가 파고를 잘 견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29일 유가가 올해 배럴당 40달러선을 유지하더라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0.1%에 불과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인도 정부는 국영 석유회사의 적자가 심화되자 지난 6월16일 휘발유와 디젤 등의 가격을 한차례 인상했다.

(뉴델리= 정규득 특파원)

0...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아시아권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 베트남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베트남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외국계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을 한 뒤 다시 해외에 수출하기 때문에 유가폭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 및 수익악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6위의 산유국인 베트남은 아직 정유시설이 없어 원유 상태로 해외로 수출하기 때문에 산업재와 소비재의 주원료인 석유화학제품이나 원료가격이 인상되면서 물가에도 주름살이 더해지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실제 서민들이 겪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특히 교통운임, 식.음료비, 자동차용 휘발유가격 등 서민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는 상반기에만 벌써 11.5-13.2%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7%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유가폭등에 따른 성장후퇴 가능성을 고려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노이= 김선한 특파원)

0... 고유가 시대를 맞은 중국 최대경제도시 상하이(上海)의 대응은 한마디로 `절약만이 살길'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올 상반기 중국이 수입한 원유량(6천102만t) 가운데 상당부분을 소요하는 상하이로서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다른 지역에 과시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특히 올 여름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난까지 가중되자 상하이 시당국은 시민들을 상대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 부처와 청사, 대형 소매점 등은 실내온도를 최소 26도로 제한하고 거리의 가로등도 전력수요가 절정에 달하는 동안 소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들에게는 가급적 자가용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요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또 에너지난 타개를 위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강제휴무-조업시간 제한' 조치를 상하이시 소재 공장들에 대부분 적용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해 취할 수있는 조치는 모두 동원하고 있다.

특히 일부 자동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등 청정자동차 개발을 통해 원유난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2위의 석유수입국인 중국당국의 의지를 생각하면 조만간 상용화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의 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하이= 이우탁 특파원)

0...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 대만 국영기업인 중국석유공사(CPC)가 지난 7월말 국내 경제 안정을 위해 1개월간 '가격 동결'을 선언한데 이어 대만 제2의 정유회사인 포모사 석유화학(FPCC)도 "CPC의 결정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대만 유가는 최소 2~3주 내에는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대만 경제부 천루이룽(陳瑞隆) 차관은 4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경제와 산업 발전에 영향이 있겠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석유화학업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 차관은 "지난해 말 이후 국제유가가 23%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대만은 저유가 정책으로 인상률이 9%에 그쳤다"면서 "무연 휘발유 가격이 ℓ당 22.6 대만달러(한화 774원 상당)로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가장 낮아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2기 집권과 함께 새로 취임한 CPC 천바오랑(陳寶郞) 사장은 지난 7월말 취임식에서 1개월간 유가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대만= 필수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