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 ysyang@medi-post.co.kr>

여성 CEO로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사업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직도 여자와 남자의 고유 영역을 구분하는 인식이 많이 남아 있다.

얼마 전 '발달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란 전문지에 미국 미시간대 사회심리학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는 이유'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와 암컷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생물학적 본성 때문이라고 한다.

남녀의 차이가 평균 수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업무 적성에도 반영되는 듯하다.

우리 회사의 부서별 남녀 분포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연구소와 콜센터에는 여자가 절대적으로 많고 영업팀은 모두 남자로 구성돼 있다.

경영진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남자다.

연구소는 상대적으로 정적이면서 꼼꼼함과 끈기가 요구되고,단기간에 승진과도 쉽게 연결이 안되는 부서다.

여자들이 더 뛰어난 손재주로 업무를 잘 수행하는 면도 있지만,성취욕이 강하고 경쟁적인 남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 때문에 여자 연구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콜센터는 고객과의 부드러운 대화,설득이 필요하기에 의사소통력이 원활하고 인내심이 강한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영업부는 남자들이 우세한데,이는 영업 분야는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남자들이 해야 남의 땅을 점령하기 쉽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고,술자리 영업이 많은 사회적 영향도 있는 듯하다.

그럼 임원급은 어떨까.

국내외를 통틀어 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특히 CEO에게는 특정 업무에 대한 전문성 외에도 추가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때로는 모험과 싸움이 필요하고,조직을 장악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보니 여성에게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뛰어난 의사소통력과 솔직한 품성 등 성공하는 CEO의 자질이 내재돼 있다.

사회 어느 분야나 다른 사람을 리드해야 하는 위치에 오르게 되면 통합적인 능력을 요구받게 되는데,성별에 구별 없이 어떤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타고난 자질의 부족한 부분을 노력과 배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다행이다.

자신의 의지와 실천력에 따라 어떠한 일에도 도전할 수 있고 어떠한 위치에도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