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29일 밤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지명 수락연설을 통해 전반적으로 낙관적인기조로 자신의 구상을 밝히는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을 통렬히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은 케리 후보가 교육, 노동 등과 같은 민주당 단골 이슈보다 자신의확실한 국가 안보관을 심어주는데 주력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우위를 점해왔던 힘,가치관, 테러전 수행 능력 등을 놓고 맞싸울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보도매체들은 이와 함께 케리 후보의 연설이 전례 없이 매우 강력했으며 "앞으로는 희망이 있다"는 식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화법과 닮은 점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미국 언론의 주요 부문별 분석.

◇ 안보관에 도전장

LA 타임스는 "케리의 연설은 마치 적의 가장 강한 부분을 급습한 것과 같은 정치적 효과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케리가 부시 대통령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힘, 일관성, 가치관, 대 테러전 수행 능력 등을 놓고 맞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케리는 백악관을 상대로 공화당의 성공 영역에 대해 토론을벌이겠다는 도전장을 냄으로써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원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도박에 모험을 걸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케리는 자신이 전시 대통령으로 적격자임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 부시가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공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부시의 정직성을 문제 삼아 공격했다"고 지적하고 "케리는 연설 중 '힘'이라는 말을여러 형태로 17번이나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은 "케리는 한때 공화당의 비장의 무기였던 이라크전에 집중함으로써 딜레마를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전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부동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부시 대통령 및 행정부 비판

유에스 투데이는 "케리가 자신은 국민을 전쟁으로 잘못 이끄는 총사령관이 되지않을 것이며, 환경법을 개정하기 위해 환경오염 주범들과 비밀회의를 갖지 않는 부통령을 가질 것이며 또한 군지도자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국방장관을, 그리고 미국의헌법을 실제적으로 수호할 법무장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의 이 말에장내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고 보도했다.

◇ 케리, 비판의 여지 많아

워싱턴 포스트는 케리 후보가 이라크 사태를 올바르게 만들 수 있다고만 했지이라크 퇴장 전략 등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과 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케리의 보좌관들은 유권자들이 이미 부시를 바꾸려 하고 있으며 케리에게서 위안 거리만 찾으려 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지 모르지만 TV 토론을 하기 전에 이 문제를 부각시킬 더 좋은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도박"이라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케리 후보가 이라크 안정화 대책에 대해 새로운 구체안을 제시하지않았으며 이라크전이 실책이었음을 분명히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측이 비판해온, 이라크와 관련해 자신이상원의원으로서 한 투표 내용에 언급하지 않은 채, 이라크 관련 비용만 더 늘리겠다고 함으로써 부유층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감세조치를 철회하는 것만으로 그같은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CBS는 "케리가 전시에 대통령이 되려 하고 있지만 테러와 관련한 그의 상원 활동 내용은 우유부단함과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한 유럽 등동맹국과의 관계 개선 공약과 관련, ▲이미 프랑스, 독일 등과 대 테러전에서 최고수준의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이라크 및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나머지 세계 간의 공조가 사실상 거의 어렵게 된 점 ▲이라크 지원에 관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력이 더 진전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 연설 스타일

ABC의 정치담당 국장인 마크 할페린은 "케리가 행한 연설중 가장 잘 다듬어진강력한 연설이었다" 면서 "전에 없이 땀까지 흘려 인간적으로까지 보였으며 아주 잘한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CBS 워싱턴 지국장인 밥 쉬퍼는 "예비 선거 때부터 봐왔는데 그가 한 연설 중가장 잘했다"면서 "그가 오늘 얘기하려는 것은 그들을 믿지 말고 자기를 믿으라는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케리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장기인 감정 이입이나 온화함을 느끼도록 하는 대화형의 친밀한 화법으로 관중을 현혹시키려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몇번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무감각해 보이지도 않았고 부시처럼 딱딱하지도 않았으며, 무척 행복한 것처럼 보여 마치 레이건 전 대통령이 TV를 통해 전파해주는 그런 광채 같은 것이 조금 있었다" 고 평가했다.

볼티모어 선은 "케리는 '이제는 다음 꿈에 도달할 때이며, 다음 수평선을 바라봐야 할 때이며, 미국에 희망은 저기 있으며 해는 떠오른다'는 식으로 행동을 촉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면서 "대통령으로서의 낙관론을 피력하는 것이 마치 레이건 스타일 같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