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체성'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정면대결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7일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원칙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박 대표는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전날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 것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전한데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 1년간 현정권의 많은 실정이 드러났고 가장 큰 문제는 (국가)정체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불안을 준 것"이라면서 "자잘한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며 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옳으면 옳다, 아니면 아니다고 핵심을내놓아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우리가 답하라는 것은 두루뭉술한 답변이나 일반론이 아니며, 헌법을 수호 않는 정권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것"이라며 "헌법을 수호하지 않는 정권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박 대표가 시급한 경제문제를 외면한 채 당내 결속과 보수층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정체성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야당의 `기획 공세론'을 주장하며 강력 성토했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국민은 경제를 걱정하고 있지 정부나 나라의 정체성을 염려하고 있지 않다.
한나라당만 불필요한 의심을 하지 않으면 된다"면서 "박 대표의 행보는 당 내부와 보수세력내 기반 구축을 위한 철저한 기획에서 나온 것이며,국민이 이런 행간을 읽는다는 것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박 대표는 헌법 수호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며 "박 대표는 남의 헌법수호 의지를 의심하기 전에 5.16때 빼앗은 남의 사유재산인정수장학회로 수 십년간 살아온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
박 대표야말로 우리 헌법이보장하는 사유재산제를 흔든 것을 반성하라"고 역공했다.

윤호중(尹昊重) 의원도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정체성 논쟁은 해묵은 매카시즘"이라며 "5공화국으로 가자는 것인지 3공화국으로 가자는 것인지 박 대표의 정체성을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