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동남아 국가에 체류 중인 탈북자460여명 중 1진 200여명이 27일 오전 마침내 한국 땅에 무사히 입국했다.

나머지 2진 탈북자도 28일 입국할 예정이어서 지난 5월말 정부가 해당국 정부와본격적인 `전원 송환' 교섭에 착수한 지 약 2개월 만에 상황은 일단락되게 됐다.

우선 이들 탈북자의 대거 입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조용한 외교'의개가라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탈북자 지원단체를 통해 이들의 대거 입국 추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극도의 보안 속에 비공개 리에 송환교섭을 추진해왔다.

이는 국내외 언론에 보도될 경우 북한과 관계 등 해당국의 외교적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였음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해당국 주재 공관을 통해 교섭을 벌였는가 하면, 양국 외교부 장관이 3차례나 회동해 이 문제를 집중 협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해당국 정부는 불법입국자인 탈북자 전원을 한국으로 송환하는 결단을내리게 됐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 6월에는 정부조사단을 해당국에 파견, 이들을 상대로 북한 국적 확인 등 신분확인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국가정보원.경찰 등으로 이뤄진 합동심문조를 구성, 대비해왔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탈북자 지원단체가 제공한 안전가옥에 분산, 수용된 뒤송환이 늦어지면서 불미스러운 소동을 벌이는 등 해당국으로서는 골칫거리였던 측면도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경위야 어쨌든 이번은 460여명이 한꺼번에 입국한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앞으로탈북자들의 대규모 입국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탈북자들은 적게는 1∼2명, 많게는 수십명 단위로 입국해왔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입국 탈북자는 1999년 60명에서, 2000년 297명, 2001년 572명, 2002년 1 천111명, 2003년 1천175명으로 늘었으며 올 상반기에만도 760명이 입국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가량 늘었다.

이번 건과 관련, 정부는 해당국 정부가 이들 탈북자 문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한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으로 강제추방시키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예외적인 조치라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런 입장이 계속 유지될 지는 두고볼 일이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해외에 체류 중인 탈북자는 중국 10만여명, 러시아 3천여명, 베트남 400∼500명, 태국과 캄보디아 각 50여명, 몽골 30여명 등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하원에서 채택한 `북한인권 법안'도 앞으로 북한 주민의 탈북을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이들이 국내에 무사히 입국하기는 했지만 후속조치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당장 이들은 경기도 소재 한 금융기관 연수원에서 국정원.경찰.통일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지는 합동심문을 받게 되며, 조사를 마친 뒤 8월 중순께부터 순차적으로 정착지원 시설인 안성의 하나원에 입소,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거치게 된다.

통일부에서는 하나원의 연간 교육능력이 2천400명으로 한꺼번에 460여명의 탈북자가 들어와도 1∼2달 어려움을 넘기면 수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일단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입국이 앞으로도 잇따를 것이냐 여부는 고민거리가 아닐수 없다.
대규모 입국에 대비한 수용시설의 확장 뿐 아니라 예산 확보 문제는 쉽지않은 사안이다.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또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생활고'에따른 탈북자인 만큼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첫대규모 남한 입국이라는 점에서 북측이 강경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김일성 주석 조문불허 논란과 서해 NLL 무선교신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입국은 부정적인 영향를 미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북측에 의해 한차례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