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구구한 억측과설이 난무했던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

"지금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기대하거나 종용하기에는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노 대통령이 21일 오후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

노 대통령은 남북간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북핵과 남북관계 진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를 감안할 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데서 그 근거를 찾았다.

더욱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큰 진전을 보이고는 있지만 해결의 키를 쥔미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장 회담을 갖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따라 그간 연내, 특히 오는 11월 2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남북한 정부가 은밀히 추진중이라는 일각의 관측은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그동안 일부 내.외신 보도는 오는 8,9월에 개최되는 북핵 6자회담 실무회담과 본회담의 성과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10월 안에 전격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관측해왔다.

여기에다 지난 2일 현대아산이 금강산특구의 만물상 관광코스가 시작되는 곳에개축한 12층짜리 금강산호텔이 남북 정상회담 장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럴듯하게 포장돼 유포돼 왔다.

잭 프리처드 전(前) 미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도 지난 8일 "김정일 위원장이북핵 문제에 관한 남측 입장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제2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때 외신에서는 노 대통령이 오는 9월 러시아를 방문할 때 블라디보스토크에서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했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장관이 귀국 길에 블라디보스토크를 들르고 최근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가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한것도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심지어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로 답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반드시 답방형식이 아니어도 좋다'는 방향으로 선회, 제3국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때마침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장소 문제때문에 정상회담이 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문제는 성과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있으며 장소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답변, 조기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유발하기도 했다.

어떻든 노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은 당분간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히고,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에 큰 진전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정상회담을 서두르는 것은 결국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된다.

(제주=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cbr@yna.co.kr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