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두 진영 간에 진보(liberal)-보수(conservative) '색깔논쟁'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폭스뉴스 인터넷판은 19일 미 공화당과 민주당간 진보-보수논쟁을 심층 보도했다.

미국에서 진보-보수 논쟁이 촉발된 이유는 전통적으로 보수주의 색깔이 강한 공화당이 민주당의 `케리-에드워즈 카드'를 진보주의 후보조합으로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보수적 성향의 표심을 붙잡겠다는 선거전략 때문이다.

공화당측은 지난주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과 러닝메이트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의회 표결 과정에서 진보적 성향의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에 대해 "공화당이 부시 대통령의 4년 재임중 업적에 대한 평가를 받으려 하지 않고 케리-에드워즈 지지자들을 이탈시키려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색깔 논쟁을 확산시키려는 태세다.

공화당 소속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은 최근 케리-에드워즈 티켓은 두 사람 모두 상원에서 가장 진보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독립시사잡지 `내셔널 저널'이 지난해 의회에서 이뤄진 표결내용을 분석해지난 2월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는 케리 의원을 `가장 진보적 의원'으로 평가하고, 에드워즈 의원을 진보 순위 4위에 올려 놓았다.

공화당의 공격은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진보성향 순위로 따져 1위와 4위에 오른 인물들이 `미국호(號)를 이끌게 될 경우 각종 정책이 극단적 진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공화당 진영의 이 같은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리치 본드는 "케리-에드워즈 카드는 역대 미대선에서 가장 진보적이었던 `조지 맥거번-사전트 슈라이버 카드' 이후 최고로 진보적인 후보 조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맥거번 후보는 지난 72년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에 패했다.

또 부시-체니 후보진영의 선거전략을 맡고 있는 매튜 다우드 역시 "케리-에드워즈는 민주당 역사상 중도쪽에서 가장 심하게 벗어난 티켓"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도 최근의 선거유세에서 "케리 후보는 본인이 보수적 가치를 좇는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조롱하면서 자신의 보수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공화당의 이같은 색깔 공세를 둘러싸고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공화당측의 자체 평가와 반드시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반대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화당의 홍보업체를 운영하는 에릭 포솔름은 "`진보주의자'로 낙인찍는 것은 해당자를 주류에서 이탈시키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민주당도 케리 후보의 일부 보수적 색채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이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잇다.

아메리칸대학의 선거관리연구소 소장인 캔디스 넬슨은 "진보주의자라는 꼬리표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와 격돌했던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틀림없다"며 "그러나 그런 전략이 이라크전쟁이 핵심 선거쟁점으로 부각된 이번 선거에서도 먹혀들어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결혼 등과 같은 뜨거운 국내 이슈들이 부각되지 않는 한 진보-보수논쟁은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진보-보수 논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선 케리 후보의 성향에 대해 `다소 진보적'과 `매우 진보적'이라는 응답이 각각 29%와 25%를 차지했고, 부시 대통령의 경우는 `매우 보수적'과 `다소 보수적'이란 응답이 각각 36%와 30%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