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억제를 위해 그동안 묶기만 했던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단계적으로 규제를 푸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을 발표할 때 언급했던 투기지역 해제요건 등을 18일 내놓았다.

그러나 내용은 "부동산 값은 어떻게든 잡겠다"며 정부가 그동안 앞뒤 가리지 않고 내놓았던 "강공일변도"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손질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나 주택거래신고제 등 다른 규제도 손볼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땅주인 최대 수혜

이날 발표된 '투기지역 지정제도 개선안'은 △부동산가격 안정 지역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 기준 마련 △투기 열풍에서 제외된 소형 부동산(연립주택,다가구주택 등)의 규제 적용 제외 △공공사업 수용토지 보유자에 대한 구제 방안 등이다.

이번 대책으로 신행정수도 후보지인 연기·공주지역 '땅 주인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토지 보유자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공개발용지로 수용돼 보상을 제대로 못받을 전망인 데도 불구하고 투기지역(지난 2월26일)으로 묶여 세금(양도소득세)은 실거래가로 중과돼 그 동안 민원이 적지 않았다.

양도세 부과 기준이 토지 보상가에서 개별 공시지가로 바뀔 경우 양도세 부담이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5억원의 토지보상금을 받는 땅 주인은 토지보상금(공시지가의 최소 2배 예상)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물면 양도차액이 대부분 8천만원 이상이 되기 때문에 36%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공시지가 기준이면 양도차액이 뚝 떨어져 적용세율은 9∼27%가 된다.

◆이르면 8월말부터 지방 투기지역 해제

투기지역 해제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전국 주택투기지역 57곳(토지는 31곳,중복 지역 23곳) 중 부산 대구 등 지방 도시들이 투기지역에서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투기지역을 지정하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 운영규정만 고치면 되므로 이르면 8월말부터 해제 지역이 나올 전망이다.

투기지역 안에 있지만 가격변동이 적은 연립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등 소형 부동산에 대해서는 일정액(기준시가 기준) 또는 일정규모 이하면 아예 실거래가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투기지역 지정 단위를 시·군·구에서 읍·면·동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은 통계작성상의 어려움 때문에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소형 부동산의 범위를 정해 빠르면 연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시장은 근본적인 활성화대책 기대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규제 완화로 투기 조짐이 다시 일지 않겠느냐는 예상과 고사 직전인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민원 해결성 규제 완화보다 적극적인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투기 재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경우 주택거래신고제,투기과열지구 등 '이중 삼중'의 규제 때문에 투기지역 제도를 약간 완화했다고 투기 열풍이 다시 불 가능성은 적다는 것.건설교통부는 건설경기 활성화 차원에서는 투기지역 해제보다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투기과열지구 제도를 고치는 게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