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선씨(31)는 2년전 도매업에 뛰어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쓴웃음이 나온다.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애써 끌어모은 1천만원으로 판촉용비누를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팔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조원가의 절반가격에 덤핑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을 머금고 3백만원에 제품을 처분한 후에야 도매유통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깨달았다.

이러한 호된 경험은 여씨를 인터넷으로 진출하게 한 계기가 됐다.

위험을 피하려면 도매 외에 소매쪽 판로를 개척해야 했다.

자금과 경험이 부족한 그에겐 인터넷을 통한 소매영업이 유일한 생존 해법이었다.

그는 현재 옥션 등 인터넷에서 물티슈를 팔고 있다.

옥션에서 팔아치우는 물티슈만 월 평균 2만여개,월 매출은 1천8백만∼2천만원.OEM 방식의 직접생산과 대금 선지급 등으로 제품을 염가에 조달,마진율은 30%를 웃돈다.

월 수입은 5백만∼6백만원선.

그의 주력 제품은 아기용 물티슈.여씨는 산후조리원,병원,지방 슈퍼마켓 등을 상대로 도매영업도 한다.

가끔 대량 주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신통치 않다.

여씨는 오래 전부터 도매업으로는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1명의 월급을 버는 수준에 만족하고 인터넷소매업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옥션에 ID(cabazin)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넷소매업을 시작했다.

3개월 시행착오를 거친 여씨는 그해 8월부터 물티슈분야에서 판매왕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그는 '고객과의 돈독한 신뢰'를 인터넷영업의 비결로 꼽았다.

여씨는 "처음엔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만 있으면 저절로 팔리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소비자는 직접 보고 만질 수 없는 만큼 최종 구매 결정까지 오프라인보다 2배 정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구매후기 등 다른 사람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뮤니티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고객문의에는 새벽 늦게라도 즉각즉각 답했다.

다음카페를 개설,각종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고객들을 잡아끌었다.

카페에서는 매일 아기용 물티슈 1세트를 '1백원 경매'에 부친다.

여씨는 고객이 제품에 불만을 가질 경우 1백% 반품해준다.

택배비도 자신이 부담한다.

몇달 전 한 고객은 6개월 전 구입한 아기용 물티슈 3세트(세트당 10개) 중 1세트의 반품을 요구했다.

냄새가 난다는 주장이었다.

여씨는 "보관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의심됐으나 꾹 참고 3세트 전부를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감동한 고객이 게시판 이곳저곳에 미담사례로 소개해 여씨는 큰 홍보효과를 봤다.

여씨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거쳐 택시운전사 배달사원 등 안해본 일이 없다.

부친이 사업부도로 남긴 빚은 여씨를 직장생활보다는 장사쪽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돈벌이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옥션 등 인터넷에서 소매업을 시작한 후 사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빚도 거의 다 갚았다.

여씨는 최근 들어 인터파크 G마켓 등 인터넷쇼핑몰에 잇달아 입점,사이버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글=손성태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