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 제도를 놓고 경제-교육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가 대규모 요구 조사를 벌이는 등 평준화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의뢰, 지난 7일부터 전국 중.고교 학생, 학부모, 교사 2만명과 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교육부.교육청 담당자 등 전문가 800명을상대로 평준화 정책의 실태 및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교육부는 오는 23일까지 설문조사를 끝낸 뒤 이를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동시에 미래지향형 고교 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정책연구도 하반기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평준화 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하되 교육의 '형평성' 및 '수월성'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제도의 역동성을 높임으로써국민의 다양하고 높은 교육 욕구에 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先)지원-후(後)추첨 확대, 특성화고.대안학교.자율학교 활성화, 자립형 사립고 도입, 영재교육 강화, 수준별 이동수업 정착, 집중이수 과정 설치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배제한 채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평준화의 폐해를 줄이고 입시 경쟁이 부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 교육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우선 ▲일부 시.도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선지원-후추첨제를 활성화하고 ▲학교별 선지원 배정 정원을 40~60%에서 60~80%로, 선지원 학교를 최대 5개로 늘리며 ▲1차 지원에서 탈락하면 강제 배정하던 방식을 바꿔 2~3차례 지원을 받는 등 지원 기회를 늘려주고 ▲후추첨 때도 무작위 추첨보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근거리로 배정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학교별로 예.체능, 과학, 외국어 등 특정 교과를 정해 집중적으로 가르치겠다고공표하면 학생이 적성과 능력에 따라 자신이 다닐 학교를 선택하는 집중이수 과정설치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양한 직업을 가르치는 특성화고, 학생 선발 및 학사.교육과정 운영 등이 자유로운 자율학교, 중도탈락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시범 운영중인 자립형 사립고 등을 확대.도입하는 등 고교 체제도 더욱 다양화.자율화.특성화할 예정이다.

고교 평준화는 7개 특별.광역시와 5개도 23개시에서 시행중이며 전남 목포.여수.순천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강원, 충남, 경북에서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인문계 고교의 54.5%, 학생의 70.5%가 평준화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는 셈. 그러나 이 제도가 학력을 하향 평준화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며 사회계층을 고착시킨다는 주장이 경제계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