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제공했던 영국 정보기관이 매우 이례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철회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11일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영국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가 이날 밤 방영될 예정인 BBC 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파노라마'와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정보국(MI6)이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철회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됐던 정보가 `근거 없는 것'임을 정보기관 스스로가인정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근까지 후세인이 영국이 `심각하고 현존하는 위협'이었다고 주장해온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MI6가 `후세인 위협론'을 철회했다는 주장은 블레어 총리가 이런 사실을왜 은폐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라크전과 관련해 정보기관이 제출한 모든 문건을 공개하라는 압력을 가중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주 이라크에서 WMD를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시인했으나 후세인이 영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MI6가 후세인 위협론을 추후에 철회했다는 주장은 영국 정보기관의 이라크 정보왜곡 여부를 조사해온 버틀러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 발표(14일)를 앞두고 제기된 것이다.

한편 영국의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일제히 이라크 정보 왜곡의책임이 블레어 총리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이언 존스 전 국방정보국(DIS) 국장은 블레어 총리가 "후세인이 보유한 WMD와 관련한 수많은 정보들이 내 책상 위에 마구 쌓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보기관의 어떤 책상 위에도 그런 정보가 쌓이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존 모리슨 전 DIS 부국장은 후세인이 WMD를 보유했다는 블레어 총리의 주장에정보기관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데임 폴린 네빌-존스전 합동정보본부(JIC) 의장은 정보 왜곡에 대한 최종 책임은 블레어 총리가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영국 성공회의 영적 지도자인 로원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9일블레어 총리가 이라크를 침공한 행위와 관련해 신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블레어 총리가 기독교도로서 사후에 천국과 지옥행을 가르는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라면서 "정당화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자체가 처벌이 된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