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은행의 권고로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고객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것이 겉으로는잘 드러나지 않아온 중국 금융기관의 고질적인 병폐를 노출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6일 보도했다.

저널은 상하이발로 중국 5위 시중은행인 교통은행 고객들이 지난 2일부터 많게는 매일 50명 가량이 본점 앞에 모여 연좌시위를 해왔다면서 공안이 개입해 해산시키고는 있으나 문제가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널은 교통은행의 VIP 고객들이 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은행의권고로 고수익 투자신탁에 돈을 넣었다가 원금은 커녕 이자도 받지 못해 급기야 이런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액은 미화로 1천4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저널은 교통은행이 예금이 50만위앤(미화 약 6만400달러)이 넘는 고객을 VIP로관리하면서 이들에게 고수익 투자신탁에 돈을 넣을 것을 권고해 상당수가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1년짜리 투자의 만기가 지난 2일로 돌아왔으나 원금은 고사하고 약속했던 5.2% 이자도 지급하지 못하자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문제의 신탁상품이 교통은행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북서부 신장(新疆)성 소재 중소 금융기관인 `진신신탁'의 의뢰로 판매를 대행한 것이라면서진신측과 투자 연계된 신장성 소재 금융 그룹이 베이징(北京)측의 최근 대출 규제에타격받으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저널에 설명했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영업자들로 교통은행이 당초 투자를 권고하면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만약에진신신탁이 직접 상품을 판매했더라면 우리가 그걸 구입했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들은 교통은행이 VIP 고객에 대해 24시간 투자자문 등의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서 따라서 당연히 이번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교통은행은 진신의 투자신탁 상품을 은행 고객들에게 소개하면서 수수료로 판매액의 2%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은행측은 피해 투자자들의 항의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으면서 대변인을통해 6일부터 `법적자문'을 제공하겠다고만 밝혔다.
또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도논평을 회피했다.

상하이 소재 증권시장 전문 변호사는 저널에 "중국내 신탁상품 판매액이 지난해중국 국영 미디어에 의해 집계된 규모만도 미화로 27억달러 상당"이라면서 "문제는신탁상품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터질줄이미 짐작했다"면서 "이번 케이스가 더 심각한 문제들을 들춰내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소식통들은 저널에 중국 당국이 그간 금융 개혁의 초점을 4대 국유은행 쪽에 맞춰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교통은행 케이스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온 중국 금융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궁극적으로 대형은행들과 연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문제를 더욱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변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통은행 지분 인수를 추진해온 HSBC 은행은 5일 이번 건에 대해 논평할것이 없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웰든 HSBC 회장은 지난달 2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 회견에서 "교통은행 지분 인수에 앞서 해결해야할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한 바 있다.

HSBC는 교통은행 지분의 19.9% 인수를 추진해왔다.
금융시장에서는 인수 대금이10억-2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