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 관련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관심의 초점이 김영삼 전 대통령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재판부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진술을 배척하면서 안풍자금의 출처가 YS 비자금일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사건 성격도 `안풍'이 아닌 `YS 비자금' 사건으로 변질되고 있다.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이 `출처는 YS'라는 강삼재씨측 폭로에 대해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면서 기존 진술을 고집하거나 일부 진술을 바꾸고 있는 것에 대해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변함에 따라 검찰로선 어떤 형태로든 YS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해졌고 여러 법적 시나리오가 나오게 됐다.

일단 YS가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정부가 한나라당과 강삼재씨, 김기섭씨를 상대로 낸 민사상 9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책임 소재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안기부가 아닌 YS 통치자금 등 외부자금이 출처라면 문제 관건은 또다시 그 돈의 1차적 출처가 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성한 자금인지를 가리는 게 사건 전개의 핵심이다.

강씨측 주장대로 92년 대선때 쓰고남은 잔금이 안기부 계좌에 들어갔다는 대선잔금설과 함께 당선축하금설, YS 대리인이 총선자금 조달을 위해 별도 모금을 했을 가능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대선 때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 몇 년 후 총선자금으로 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공소시효(3년)가 지났으므로 YS는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고 사건 실체는 영원히 미궁에 남겨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당선 축하금 등 기업들로부터 받은 대가성 있는 자금이 섞여 있었다면 수뢰죄 등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돼 YS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의 정치자금 수수는 청탁성 뇌물에 해당하고 재임중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천만원 이상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10년)는 아직 여유있게 남아있다.

이 경우 정부의 한나라당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국가를 민사상 피해자로 볼 수 없고 한나라당이나 강씨측이 국가에 어떤 손해도 끼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1심 선고대로 출처가 안기부 예산인 것으로 재확인되더라도 YS는 당시 대통령 신분으로 예산 횡령을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YS는 국고손실 공범으로 기소돼 법정에 설 수 있다. 특경가법상 횡령죄 공소시효 역시 10년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