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비롯한 영상물 속 폭력이 아이들에게 유해한지 여부는 끊임없는 논란거리다.

해롭다는 주장이 우세하지만 '그렇지 않다,인간의 행위는 타고난 성정 및 환경에 좌우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려서 폭력물을 많이 본 사람이 후에 난폭해졌다고 해도 그것이 꼭 TV 탓이라고 규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폭력적 영상물이 아이들에게 나쁘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2002년 미국 컬럼비아대 제르피 존슨 박사팀은 뉴욕주 북부 7백7명을 10대 초부터 18년동안 지켜봤더니 14세 때 TV 시청시간이 하루 1시간 미만인 집단에선 5.7%만 후에 폭력을 휘둘렀으나,3시간 이상인 집단에선 그 비율이 28.8%였다는 수치를 내놨다.

컴퓨터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영상물로 잘 이용하면 집중력과 창의성을 기르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지만 지나치면 대인기피증 강박증 편집증에 시달리거나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데다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특성상 빠져나오기 힘들고 그러다 보면 중독돼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컴퓨터게임이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중심으로 한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의학ㆍ뇌과학ㆍ교육 전문가들을 모아 후년부터 10년동안 10개 도시 1세와 5세 어린이 5천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관찰조사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유아들의 지능 및 행동발달에 관한 연구 발표가 잦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소아과의사회가 만 2세 이하 유아가 TV나 비디오를 많이 보면 언어장애나 대인기피증에 걸리기 쉽다고 밝힌데 이어,4월엔 소아과학회에서 유아가 TV나 비디오를 오래 보면 언어발달이 느려진다는 논문을 내놨다.

사람의 지능은 만 2세까지 거의 형성된다고 한다.

언어구사력을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은 가장 중요한 지능이자 사물 이해의 초석이다.

미래사회 주역인 아이들의 정서와 지적 발달에 관한 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임이라는 새 매체가 유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10년짜리 장기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본 정부가 부럽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