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제너레이션'의 마지막 희망 루이스 피구(32.레알 마드리드)가 조국 포르투갈에 '에우제비우의 영광'에 버금가는 선물을 선사했다.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피구는 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준결승에서 서른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사력을 다한 플레이로경험이 부족한 '플래티넘 세대'의 영건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며 팀의 결승행을앞장서 이끌었다.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피구에게 그러나 지난 닷새 간은 너무나 견디기 힘든 시련의 시간이었다.

피구는 지난달 25일 잉글랜드와의 8강전 도중 에우데르 포스티가와 갑자기 교체되는 수모를 당하며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과의 갈등설까지 불거졌기 때문.

스콜라리 감독은 공격의 활로를 좀체 뚫지 못하자 팀의 기둥 피구를 빼는 극약처방으로 승부차기 끝에 4강 티켓을 따냈지만 고개를 떨군 채 라커룸으로 직행한 피구로서는 13년의 대표 생활 중 자존심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선발로 나선 피구는 이날 경기에서 그간의 부진을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눈부신 활약으로 포르투갈의 공세를 주도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현란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측면침투, 감각적인 슈팅은 네덜란드 수비라인의 중심축을 뒤흔들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마니셰의 연속골에 디딤돌을 놓았다.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 중 결승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구는 "지금감정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다.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지만 오늘 같은 플레이를 하려면 그런 부담 쯤은 떨쳐내야 한다"며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피구와 후이 코스타, 페르난도 쿠투로 대표되는 황금세대는 지난 91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일궈낸 주축 멤버들로 이들은 당시 우승컵을 들었던 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사상 첫 유로 제패에 마지막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109번째 A매치에 출전한 피구는 "우리 팀에는 환상적인 젊은 선수들이 있다.

위대한 팀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후배들에 찬사를 보냈다.

포르투갈의 '백금세대 젊은 피'는 FC 포르투를 유럽 클럽 정상에 올려놓은 데코와 마니셰, 19세 신성 호나우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세트플레이로 2골을 합작하며 피구의 투혼을 결승 진출이라는 열매로 맺게 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