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은 29일에도 노사 모두 별다른 대화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파업 닷새째를 보냈다. 이에 따라 거래 고객, 특히 기업들은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계좌 이전 등 대책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전자점화기를 개발하는 서울 가좌동 소재 A업체 관계자는 "월말을 맞아 어음결제를 해야 하는데, 인근 거점점포는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다"며 "당장 자금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대금 송부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예 거래 은행을 옮기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B건설업체 관계자도 "조만간 우리 회사가 보증을 선 중도금대출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2주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당장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C기업 관계자는 "기존에 이용하던 창구가 아닌 용인이나 수원 소재 거점점포를 이용해야 하는데, 개인영업 점포여서 외환업무 등 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볼 때 불편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애로와 관련, 한미은행측은 전국 56개 거점점포에서 근무하는 기업금융 전문인력을 한 군데 모아 기업 관련 금융업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거점점포를 몇 군데 만드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편 28일 하룻동안 한미은행에서 1조3백2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간데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월말이 겹쳐 예금이탈이 예상보다 많이 이뤄진 것 같다"며 "과거 조흥은행 등의 사례에 비춰 파업사태가 2~3일 더 지속되면 예금인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미은행 내에서는 "30일이 이번 파업사태의 1차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30일을 넘기는 '모험'을 감행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