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사건에 대한 `외교력 부재' 지적속에 외교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내 기류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큰 줄기는 진상을 조사해 본 뒤 책임이 있다면 문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와 AP간 `진실게임' 공방 와중에서 AP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문책에 앞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이 정도 사안이라면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대상과 폭이 문제일 뿐 문책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하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진상조사가 우선이고 문책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고 문희상(文喜相) 의원도 "지금은 외교부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몰라도 진상은 다를 수 있다"며 "모든 것은 진상이 나오면 하는게 순리"라고 말했다. 안영근(安泳根) 제1정조위원장도 "정부측에서 정확히 사실관계를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은 것이 확인된다면 문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비슷한 의견을보였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 일각에서는 AP가 "외교부의 누구에게 문의했는지를 왜 밝히지 않고 있느냐", "김씨 피살직후에 AP측이 `외교부 문의' 사실과 비디오 테이프를공개하고 나온 이유도 석연치 않다"는 의문들을 제기하면서 진상규명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승희(兪承希) 의원은 "3일날 문의했다고 하는데 그 즈음에 파병 재검토 논의가 나오고 있었다"며 AP측의 초기 미공개 이유를 파병 문제와 연관지었다. 나아가 기자 출신인 박영선(朴映宣) 의원은 "왜 당초 문의를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에 하지 않고 외교부에 직접 했는지가 의문"이라며 "또 테이프에 보면 김선일씨는 바그다드에 온지 6개월이 됐다고 말하고 있는데 김씨는 작년 6월에 바그다드에 갔기 때문에 1년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말하자면 이 테이프가 이번 피랍 시점과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테이프 내용을 보면 김씨가 미국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반복해서 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AP측이 처음에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지금에 와서 AP가 테이프를 공개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들도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지 문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김씨 피살사건과 관련한 `AP통신 문의 의혹'진상 규명을 외교부 자체 감사에서 감사원 조사로 전환시켰고, 조사 대상도 외교통상부와 국정원, 국방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 4개 부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개각 폭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인준이 되면 각료 제청권을 행사할 이해찬(李海瓚) 총리후보도 인사청문회에서외교부의 대응과 관련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같은 기류는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반기문(潘基文) 장관이 역량있는 분이지만, 흐름은경질쪽"이라면서 "관건은 야당에서 지목하고 있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거취"라고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장 교체설도 끊임없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 누누이 강조해온 것이 국정원의 해외정보파트 강화였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