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포르투갈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잉글랜드를 꺾고 가장 먼저 4강에 진출했다. 포르투갈은 2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열린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8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에서 2-2로 비긴 뒤승부차기에서 6-5로 짜릿한 승리를 챙겨 지난 대회(유로2000)에 이어 다시 준결승에 올랐다. 포르투갈은 다음달 1일 새벽 스웨덴-네덜란드 8강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120분 간의 접전이 무승부로 끝나고 '신의 실험'이라는 승부차기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포르투갈 팬들은 골키퍼 히카르두의 끝내기 킥이 네트를 가르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고 홈 팬보다 오히려 많은 4만여 잉글랜드 팬들은 90년 이후 반복돼온 승부차기의 악몽에 몸서리쳤다. 포르투갈은 유로2000에서 잉글랜드에 3-2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두번 연속 '종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킥의 달인' 데이비드 베컴은 패배를 자초하는 어이없는 승부차기 실축으로 한없이 고개를 떨궜고, 2002한일월드컵 당시 브라질 사령탑이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을 상대로 2년 만의 설욕을 꿈꾼 스벤 고란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머리를 감싸쥐며 탄식했다. 6만5천여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리스본 결투'의 포문은 잉글랜드가 먼저 열었고 선제골은 18세 신동 웨인 루니보다 여섯 살 많은 '원조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의 몫이었다. 오언은 전반 3분 문전으로 날아온 골킥이 포르투갈의 수비형 미드필더 코스티냐의 백헤딩 실수로 골지역에 떨어지자 몸을 오른쪽으로 180도 회전하며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찔러넣는 고난도 '애크로바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호나우두의 빠른 돌파로 반격에 나선 포르투갈은 잉글랜드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파상 공세를 폈으나 문전 패스가 밀집 방어에 자주 끊기고 슈팅을 난사해 헛심을 썼다. 잉글랜드는 발목을 심하게 다친 루니가 전반 27분 다리우스 바셀과 교체돼 나가면서 공격 예봉의 파워를 잃었고 수비 위주의 플레이로 일관하다 결국 화를 불렀다. 스콜라리 감독은 후반 중반까지 좀체 활로를 뚫지 못하자 팀의 기둥 피구를 과감히 빼고 에우데르 포스티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콜라리 감독의 빛나는 용병술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고 킬러로 투입된 포스티가는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막판 팀을 패배의 수렁에 구해냈다. 포스티가는 후반 38분 왼쪽에서 올라온 시망 사브로사의 크로스를 깨끗한 헤딩슛으로 꽂아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 공방에서는 포르투갈이 먼저 골을 뽑아 승리의 기회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잉글랜드가 흐름을 반전시켰다. 포르투갈은 교체 멤버 후이 코스타가 연장 후반 5분 아크 왼쪽에서 크로스바 밑둥을 때린 뒤 네트로 빨려들어가는 통렬한 중거리 슛으로 2-1 리드를 잡았다. 월드컵이라면 골든골이겠지만 유로2004에서는 '실버골' 제도가 채택돼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연장 후반 10분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파드가 문전에서 전광석화같은 터닝슛을 꽂아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간 승부는 베컴의 어이없는 실수와 '흑표범' 에우제비우가 그라운드에서 직접 '기'를 불어넣은 포르투갈 골키퍼 히카르두의 선방으로 갈렸다. 잉글랜드의 첫번째 키커로 나선 베컴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는 실축을 범했고 포르투갈도 3번 키커 후이코스타가 크로스바를 넘겨 승부차기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6번 키커까지 양팀이 5번씩 네트를 흔들어 5-5로 맞선 순간 잉글랜드 7번 키커 바셀의 낮게 깔리는 킥을 히카르두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고 이어 직접 키커로 나선 히카르두는 마지막 킥을 세차게 꽂아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5일 전적 △유로2004 준준결승 포르투갈 2-2 잉글랜드 ▲득점= 에우데르 포스티가(후38분) 후이 코스타(연장후5분.이상 포르투갈) 마이클 오언(전3분) 프랭크 램파드(연장후10분.이상 잉글랜드)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