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조흥은행 노조,예금보험공사가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조건에 합의(작년 6월22일)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작업은 예상보다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두 은행의 통합작업은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케이스 스터디용 사례로 선정하는 등 금융계뿐 아니라 경영학계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원뱅크'와 '뉴뱅크'전략 신한지주가 추진 중인 통합전략은 '원 뱅크'와 '뉴 뱅크'의 2단계로 요약된다. 원 뱅크 전략은 두 은행을 즉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2006년까지 독자경영을 유지하되 이 기간 중 실질적인 '하나의 은행'으로 만들어 두 은행의 통합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이 골자다. 뉴 뱅크 전략은 2006년께 두 은행을 합병하면서 단순한 합병은행이 아닌,전혀 새로운 차원의 은행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신한지주는 이를 위해 최영휘 신한지주 사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최동수 조흥은행장으로 구성된 '공동경영위원회'와 두 은행 임원이 참여하는 10개 실무협의회를 가동하고 있다. 또 4백여명이 참여하는 53개의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 통합과 감성통합 신한지주는 두 은행이 하나의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공동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수수료 체계도 완전 통일했다. 두 은행 통장의 상호사용도 가능토록 했다. 고객으로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을 한 은행처럼 생각하고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은 셈이다. 고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인사,리스크관리,여신심사 등은 두 은행 시스템 중 좋은 쪽으로 통일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통합작업 중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직원간 감성통합이다. 신한지주는 직급별,업무별 상호접촉 빈도를 높여 한 가족이라는 의식을 서서히 심어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미 부서장급,차장급,과장급의 통합 연수를 마쳤다. ◆불안감 불식이 관건 통합작업의 최대 관건은 역시 조흥은행 직원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어떻게 씻어내느냐 여부다. 조흥은행 노조는 인사교류,직급별 연수 등에 대해 "3년 동안 독립경영을 보장한 노·사·정 합의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조흥은행 직원 50여명을 신한은행으로 전직시키려는 신한지주의 계획에 반발,이를 철회시키기도 했다. 노조뿐만 아니라 조흥은행 직원은 누구나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대등합병이 되더라도 결국은 신한은행 직원들에게 밀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감이 퍼져 있다. 이런 불신감을 얼마나 빨리 떨쳐내느냐 여부가 순조로운 통합작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보인다. 최영휘 신한지주 사장은 이와 관련,"통합은행의 모델은 뉴 뱅크인 만큼 신한은행 출신이냐,조흥은행 출신이냐는 의미가 없게 된다"며 "두 은행 직원 모두가 기득권이나 피해의식을 버리고 동참할 수 있도록 말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