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난옥 < ok@hyeonamsa.com 현암사 대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며 돈 벌기가 참 어렵다고 한다. 말하자면 뜻이 있는 곳에 돈이 없고 돈이 있는 곳에 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돈은 전해지는 속담대로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야 한다는 논리도 슬그머니 통한다. 난 그래서 돈이 없어도 뜻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터를 만드는 것도 뜻있는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품어왔다. 선가치 후사업.사업 원칙에 부합하는지 모르겠으나 돈을 얼마 투자했으니 얼마를 어떻게 남겨야 한다는 계획에 몰두하기보다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먼저 따지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성공하게 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게 할 핵심전략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훗날 내가 기획한 한 책 제목이 되기도 하지만 회사 안에서나 회사 밖에서나 기획을 할 때나 새로운 일을 도모할 때나 혼자 사는 세상 없다는 걸 깨달으며,혼자 모든 걸 하려 않고 협동해서 할 방법을 먼저 생각했다. 그런 만큼 결과가 좋을 때도 나누는 방법을 미리 생각하고 나눠 가지려고 애썼다. 심지어 사옥마저도 일하는 공간과 공유하는 공간을 구분해 동네에 오픈하고 주민들이 편안하게 오가며 도서관으로 이용하게 했다. 하려고 하는 일에서도 그런 생각을 전하며 전문성을 나누자고 하면 모두들 '혼자만 잘 살믄 깨소금'이라는 우스개로 어깃장을 놓으면서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따지지 않고 성심성의껏 일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일할 때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도 그렇게 노력하여 결국 그 책 출판한 지 10년이 지난 작년,베스트셀러가 되는 행운까지 얻었고,그 결과로 생긴 수익금 중 적지 않은 돈을 아름다운 재단에 맡겨 도서관에 장서를 비치하게 하는 데 쓰기로 했으니 또다른 이익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일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당신이 한 기획은 다르다"이다. 다를 건 없다. 먼저 돈이 얼마나 생기는 일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한 것 외엔.이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는 일인가를 생각하는 것 외엔.이제 사전을 고쳐야 한다. 뜻이 있으면 돈도 따른다고.사심 없는 곳에 돈도 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