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4일 이헌재 총리 직무대행 등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진상파악을 위한 긴급 현안질의를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취약한 정보수집 능력과 협상력 부재, 한ㆍ미간 정보공유 미흡 등 김씨 구출 실패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한목소리로 추궁했다. 특히 여야 일부 의원들은 피랍 직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김씨의 비디오테이프가 이날 추가 공개된 것과 관련, 외교라인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정부측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중동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을 김씨 피랍사건의 현지교섭단장으로 이라크에 파견했을 정도로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여야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교안보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맹 의원은 "외교정책의 실세인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은 국제외교 실무경험이 미흡하다"며 이들 '외교안보라인' 책임자의 교체를 요구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APTN이 이달 초 김씨의 신원과 피랍 여부를 외교부측에 문의했는데도 정부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죄하고 정권 차원에서 책임져야 하며 국회에 진상규명을 위한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허술한 교민관리 체계, 한ㆍ미간 정보공유 미흡 등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김씨 실종 이후 20일 동안이나 정부가 아무런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교민관리시스템과 한ㆍ미 정보공조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조사 결과 정부측 잘못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미군이 김씨가 납치돼 있던 팔루자 지역에 19일부터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는 바람에 납치단체를 자극했다"며 "미국이 동맹국으로서의 기본적인 신의를 위반했는데도 이라크 추가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굴욕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석방노력을 기울였지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해 죄송하다"며 "정부가 피랍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명예를 걸고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답했다. 한편 반 장관은 "진상규명을 위해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의 조기소환을 검토하고 있으나 김 사장이 귀국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