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힘은 회사를 압도할 정도로 막강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파업보다는 막후 협상을 통해 타협안을 끌어내는 보다 성숙한 협상문화를 키워가야 합니다." 울산노동사무소의 한 근로감독관은 25일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이처럼 아쉬움을 표시했다. 노조설립 후 지난 17년간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연례행사처럼 파업에만 몰두해온 노조가 '프로 협상가'를 키워내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아마추어리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조는 최근 예상보다 훨씬 높은 70% 가까운 파업 찬성률을 얻어 상당히 의기양양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분 파업에 이어 29일 전면 파업의 수순을 밟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을 무기로 경영권 참여 등 전리품을 대거 획득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물론 이는 회사의 천문학적인 매출 손실과 부품 협력업체,지역 중소기업들의 크나큰 희생을 대가로 얻어낸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민주노총산하 최대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가 우리 노동계 '맏형'답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한 단계 더 성숙한 노사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해마다 정치적 이슈로 인해 파업이 장기화되고 조업이 중단되는 게 싫어 중국행을 결정했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국민들에게는 누를 끼치지 말았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친노'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조차 얼마전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서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 노조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금까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익숙지 않은 듯하다. 강성 파업이 능사라는 전투적 노사관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만큼 강성 노조와 임금인상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나라는 없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노조는 "가능한 빨리 끝내겠다"고 이례적으로 '유연한' 투쟁전략을 밝힌 바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강성파업을 견뎌낼 정도로 튼실하지 않다는 것을 노조도 알아줬으면 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