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김선일(33)씨를 납치, 살해한 테러리스트들은 한국이 연쇄 열차폭탄 테러 후 이라크에 파견했던 군대를 철수했던 스페인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다고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폭스뉴스가 22일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테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굴복해 이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또다른 테러를 불러올 뿐이라면서 스페인의 경우가 이를 잘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로런스 이글버거 전(前) 국무장관은 스페인이 마드리드 열차 연쇄 폭탄테러 사건 이후 철군한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충분히 사악해진다면 피해 국가가 이들에게 굴복하고 도망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테러 전문가인 닐 리빙스턴은 "스페인은 테러리즘이 대가를 지불받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위협에 겁먹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한국이 오늘 옳은 일을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테러리스트들에 굴복하지 않고 이라크에 추가 파병한다는 공약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의 만수르 리아즈 국제문제 분석가는 김씨를 살해한 세력은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자신들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최소한 뭔가를 어떤 형태로든 자신과 교환하리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테러범들은 한국을 스페인과 똑같이 간주해 충분히 겁주면 정부를 굴복시켜 철군 요구를 관철하거나 납치된 김씨를 살리기 위한 유화 제스처를 이끌어낼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댄 버튼 의원 (공화, 인디애나주)은 "테러범들은 (살해된 미군의 사체가 폭도들에 의해 잔인하게 끌려 다닌 장면이 보도된 후 미군이 철수했던 소말리아의 경우를 생각해 우리가 겁을 먹고 달아날 것이라고 봤다"면서 "한국은 그러지 않을 것이며 미국 역시 달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원칙은 역사의 시험을 통해 정당성이 입증됐다"는 로버트 조던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말을 인용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이 사실을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