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세계 부동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문제는 이달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채무-디플레이션 현상이 약화돼 '금리 인상→부동산 매물 출회→담보가치 하락→대출 회수→부동산 매물 추가 출회'의 악순환이 예상된다. 만약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호황→주가 상승→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져온 미국경제 거품붕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 부문도 거품 붕괴가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거품론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증가하거나 고용사정 악화로 소득이 줄 경우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용지표를 눈여겨 보고 금리 인상에 신중한 견해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부동산 거품 경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부동산값 상승은 실수요가 반영돼 투기적인 징후가 그렇게 크지 않고 지금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급격한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고령인구 비율 증가 등 인구구성 변화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부동산 거품붕괴 우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담보대출 차환(借換)이 둔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이 낮아지는 이른바 '질서 있는 진정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으로 전환될 것으로 관련 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돼 자산 디플레현상이 나타나고 국내외 경기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