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자이툰부대의 파병에 대해 주둔지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주변국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쿠르드족의 독립문제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이 당초 파병 예정지였던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아르빌로 변경하면서 가장 신경쓰이는 주변국가는 터키다. 6.25전쟁 당시 한국에 군대를 보내 피를 흘린 혈맹국이자 국산 K-9자주포를 비롯한 방산물자를 수입해온 우방으로 쿠르드 독립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자이툰부대의 아르빌 파병에 대한 터키의 반응은 일단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4월 19일 현지를 방문했을 당시 아흐메드 네지데트세제르 대통령과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우리의 파병목적을 충분히 이해한다는입장을 보인 것이다. 당시 굴 장관은 한국군이 어느 종파와 정파, 인종에 대한 차별 없이 객관적이고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반 장관의 설명을 듣고 한국정부의 파병원칙에 대해적극 이해와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측이 원한다면 병참지원 뿐만 아니라 터키측의 축적된 경험과 관련 정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르빌 동쪽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란도 한국군이 재건지원 임무에만 충실한다면 파병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반 장관과 만나 "가까운 장래에 이라크 국민이 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부가 100% 힘을 갖길 희망한다. 외국군은 유엔결의에 따라 파병돼 복구건설과 변화를 위한 활동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은 역사적, 문화적 동질성 때문에 쿠르드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아르빌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만큼 한국군 파병시 큰 도움을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와 이란, 시리아 등 주변국들은 이처럼 자이툰부대의 파병을 지지한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영토적 통합성은 유지돼야 한다며 향후 한국군 부대의 역할과 관련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쿠르드족의 제한적인 자치권 보장은 허용하되 쿠르드 독립국가 건설에 도움이될 수 있는 영구헌법에 대한 거부권 부여는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아르빌 주민들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합세해 아랍지역내 쿠르드 전민족을 대상으로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발전, 유혈사태를 촉발시킬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다. 반면 아르빌 자치정부는 자이툰부대의 평화재건지원 임무를 전폭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북부 3개 쿠르드족 자치주 중 아르빌과 도후크주(州)를 통치하고 있는쿠르드 자치정부는 4월 18일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에게 한국군 파병을 환영하며 파병시 아르빌 공항 등의 사용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니제르반 이드리스바르자니 총리 명의의 서한을 전달했다. 바르자니 총리는 또 이달 2일 연합뉴스와 회견에서 "한국군 파병은 새로운 이라크 건설과 민주주의 발전 및 재건에 밑바탕이 될 것이다. 6.25전쟁 이후 발전에 성공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희망한다"며 파병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아르빌과 주변국의 이러한 반응은 자이툰부대가 현지에서 정치적, 외교적으로민감한 사안은 피하고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에만 전념한다면 성공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발언으로 우리가 향후 적극 유념해야 할 대목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