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한나라당이 국민여론 수렴을 통한 재검토를 주장하면서도 선뜻 국민투표를 당론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나 열린우리당이 국민투표를 무조건 반대하는 저변에는 각기 동상이몽의 정치적 이해가 자리하고 있다. 향후 정치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행정수도 착공과 주요 행정부처 입주가 이뤄지는 2007년과 2012년은 각기 대선이 치러지는 해인 데다 그 시점을 전후해 총선일정도 잡혀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대선과 올 4월 총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지난 2002년 대선때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승패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충청지역이 이를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표를 줘 노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총선에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이 대전과 충북 전 지역을 석권하고 충청지역에서도 완승을 거둔 배경에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바람과 연계된 행정수도 이전공약이 자리하고 있었다. 6ㆍ5 재ㆍ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했음에도 유독 충청지역에서 승리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열린우리당이 의욕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나서는 데는 단순한 공약이행 차원을 넘어 충청지역을 확고한 정치적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이 '신 행정수도 이전에는 찬성하지만 천도에는 반대한다'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이전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것이 충청도 민심을 고려한 것이라면 "천도에 반대한다"는 것은 수도권 표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당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자체를 반대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지도부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