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이 15일 오전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MDL)지역에서 대북 선전활동을 전면 중지함에 따라 군의 심리전 임무와 기능, 편제 등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평소 민사심리작전의 대부분이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북한군을 겨냥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군은 이달 13일 서명된 장성급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했던 대북 확성기와 전광판, 입간판을 완전히 철거해야 하고 풍선을 이용한 전단 및 물품 살포도 이제는 불가능하다.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돼온 `전통적 의미'의 대북 심리전은 사실상 원천봉쇄되는 셈이다. 군은 현대전에서 심리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대치상황에서 대북 심리전의 전면중단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남북 정세에 비춰 마냥 군사적 논리만 고집하기란 힘들다는 게 내부 고민이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치, 경제, 외교 등의 분야에서 남북간 화해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자칫 군사적 관행을 고집하다 긴장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은 그동안 각종 남북협상에서 북한이 집요하게 제기해온 선전중지 요구를 '군비통제 협상카드'로 활용할 계획이었나 최근 형성된 남북간 화해기류를 감안해 장성급 회담에서 심리전 전력을 양보하는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군은 이처럼 치밀한 사전준비를 하지 못한 채 북측의 MDL지역 내 선전활동 중단요구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심리전 부대들의 향후 기능변화와 관련해 묘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합참은 15일 이규웅 민심참모차장(해병 준장)을 위원장으로 한 'TF(태스크포스)위원회'를 구성하고 심리전 관련부대의 임무와 기능, 편제 등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으나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한 형편이다. 다만 북한군 무력화에 치중됐던 역량을 남북 화해협력시대 분위기에 걸맞게 개선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우리군의 해외파병에 초점을 맞춰 심리전의 형태를 탈바꿈한다는 큰 그림만 그려놓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심리전 부대는 앞으로 대북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국제 분쟁지역으로 파병되는 한국군의 평화유지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꾼다는 원칙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심리전 수행을 위해 1991년 3월 창설된 국군심리전단의 임무나 기능은 우선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군심리전단은 `자유세계의 실상과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파해 인민군의 정신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창설돼 그동안 최신가요 방송과 시사뉴스 전달 등을 통해 북한군의 귀순을 유도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임무를 맡아왔다. 이번 남북간 합의로 휴전선 일대 94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와 11개 지점의 대형 전광판을 관리하는 부대가 해체되고, 선전문구와 방송 원고 작성, '자유의 소리'방송 제작 등과 관련된 요원들이 크게 감축되는 상황도 예상된다. 전방지역의 확성기나 전광판은 6개 중대 규모의 병력이 시설관리를 맡아왔으며 자유의 소리 방송 제작에 관여해온 인원은 계약직을 포함해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소장이 책임자인 합참 민심참모부 예하 민사작전과, 계엄과, 심리전계획과, 심리전작전과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여서향후 어떠한 변신을 꾀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