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대표 IT(정보기술)주들의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금주 초반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모처럼 순매수하자 낙관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비관론에 맞서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주초인 14일 삼성전자(3백42억원 순매수),LG전자(2백19억원) 등 핵심 IT주 위주로 대거 저가매수에 나섰다. 9일만에 순매수세로 전환한 것이다. 반면 개인과 기관들은 외국인의 매수주문이 유입될 때마다 매물을 털어내는 데 주력했다. IT 업황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잇따른 결과였다. IT주는 이날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하락세로 마감됐다. 지난주 'IT쇼크'의 진원지였던 LCD 관련주들의 낙폭은 여전히 컸다.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얘기다. ◆역사적 저평가,저가매수 기회다 낙관론자들은 △약화된 실적전망에도 불구,펀더멘털(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낮고 △이익구조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CLSA증권은 이날 "기업의 이익추이를 기준으로 접근할 때 한국증시는 저평가 매력이 충분하다"며 "특히 삼성전자 등 IT기업은 최저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 구희진 IT팀장은 "LCD 등 IT제품 가격의 하락우려에 시장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며 "원가하락에 따른 자연스런 가격조정인 만큼 수익성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IT주력기업의 경우 이익흐름의 안정성이 뛰어난 만큼 제품가격 시황에 따른 단기적인 투자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도 "IT 가격 모멘텀 약화는 심각한 수요 감소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1년 이상 회복세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관련이 깊다"며 "일시적으로 기업이익이 감소할 여지는 있지만 기업이익의 질은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가하락 배제 못한다 IT기업들의 실적둔화가 불가피한 이상 주가가 더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미 상당수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2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최악의 경우 내년 영업이익이 45% 이상 줄어들 수도 있다"며 목표가를 종전 71만5천원에서 56만3천원으로 대폭 낮췄다. ING증권도 76만원에서 65만원으로 내렸다. CSFB증권은 LG전자에 대해 올해 및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을 종전 대비 각각 6.9%,12.1% 내려잡고 목표가도 9만5천6백원에서 8만1천5백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세종증권 서형석 연구원은 "LCD PDP 등 IT 주요품목의 가격약세는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기조적 성격이 강하다"며 "IT기업들의 실적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증시에 또 한차례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