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의 '후폭풍'에 휩싸이며 11일 3.93% 급락했다. 4천6백억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낙폭을 키운 결과였다. 프로그램매물이 특히 삼성전자 등 IT(정보기술)주에 집중되면서 국내 수급 균형을 완전히 붕괴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선물 베이시스(선물가격에서 현물가격을 뺀 값)수준을 감안하면 출회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물은 거의 다 소화됐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선물의 백워데이션(선물이 현물보다 낮은 상태)이 더 확대될 경우 인덱스펀드 등에서 추가로 프로그램 매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무너진 '만기일 후(後)순풍' 기대 당초 만기일이 지난 11일 이후에는 프로그램 매수가 흘러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강했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극심한 선물 백워데이션을 이용,보유중인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로 갈아탄 인덱스펀드가 중간배당을 노리고 이달말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규모도 최대 1조원 정도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날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최근월물이 된 선물9월물이 마이너스 1.0에 육박하는 백워데이션 상태가 됐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차장은 "지난 7일부터 만기일까지 선물을 현물로 교체한 일부 인덱스펀드가 이날 다시 선물로 교체하며 주식을 팔았다"며 "여기다 주식을 빌려(대차) 하는 매도차익거래(현물매도+주식매수)가 만기일인 10일 거의 청산됐다가 이날 다시 신규로 나와 4천6백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매도차익잔고가 역사적 최대치인 9천억∼1조원대로 늘어났다"며 "추가 매도차익거래를 위해서는 대차를 해야하는데 국내 대차시장 규모가 현수준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4천6백억원에 달해 현 상황에서 나올수 있는 매물은 대부분 소화됐다는 것이다. ◆외국인 현물 매매 향방이 관건 그렇다고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심리가 나빠져 백워데이션이 더 확대될 경우 오히려 추가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승훈 대투증권 차장은 "백워데이션이 마이너스 1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면 주식을 보유해온 인덱스펀드마저 선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의 조정이 더 이어질 경우 연기금이나 외국계 장기펀드 등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보전하기 위해 매도차익거래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관건은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언제쯤 진정될 것인가의 여부다. 이창훈 동원투신운용 상무는 "열쇠는 외국인이 쥐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대표 IT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멈춰야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