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1천만명에 달하는 어린이가 마치 노예처럼 다른 사람들의 집에서 가사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다고 국제노동기구(ILO)가 10일 펴낸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또 전세계적으로 약 2억4천600만명의 아동이 일을 하고 있고 이들 중절반 이상이 매춘과 채광, 노예노동 등 ILO 규약이 금지하는 '아동노동의 가장 나쁜형태'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운동가들은 다른 사람의 집에 고용돼 일하는아동 가사노동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LO가 12일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발간한 '구원의 손길인가 구속받는 삶인가'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가사노동 아동들의 대부분이 16세 이하의 소녀들로, 이들은 하인을 데리고 있는 것을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기는 주인들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후안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은 "수백만명의 아이들이 가족의 품을 벗어나 밤낮으로 일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착취당하고 있고 위험한 일이나 성적 학대에 노출돼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남아프리카에서 200만명, 브라질에서 55만9천명, 파키스탄에서 26만4천명의 아동이 남의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와방글라데시의 다카, 페루 리마에서도 각각 70만, 30만, 15만명의 아동이 가사노동에고용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에이즈로 인한 고아가 늘어나고 전통적으로 여성과 소녀의 지위가 낮은 국가들에서 아동들이 타인의 집에 고용돼 가사노동을 하게 된다면서 더 이상 아이들을 부양할 형편이 안되는 가족들에게 아이들을 다른 사람의 집에 보내는 것은대안으로 생각되기도 하며 주인들은 은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준 케인은 화가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연필을 깎아서 용돈을벌어야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이들이 집에서 자신의 부모들을 돕는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행히도 세상에는 노예처럼 취급받으면서 연필 깎는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의 집에 고용된 아동 하인들은 요리와 청소, 주인의 자녀를학교에 데려다 주기 등의 일을 해야 하며 위험한 기계를 작동하거나 해로운 화학물질을 다루는 일도 해야 한다. 보고서는 많은 주인들이 아이들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판단되면 아이들을 해고해 버리며 버려진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신의 가족을 찾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제네바 dpa.AP=연합뉴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