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철수안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키고 불신임 위기를 면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정부가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샤론 총리의 중도우파 연립정부 내 강경파 각료 2명이 8일 사임을 발표했다. 정착촌 확대 정책을 지지해온 민족종교당(NRP) 당수인 에피 에이탐 주택장관과이츠하크 레비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가자지구 철수안의 각의 통과에 항의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역시 NRP 소속인 제불룬 오를레브 노동복지장관은 당분간 내각에 잔류하기로 했다. 레비 부장관은 "정부가 지난 6일 샤론 총리의 분리정책 수정안을 승인함에 따라NRP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에이탐 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경우 하마스가 지배하는 테러국가가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NRP는 이날 장시간 토론 끝에 에이탐 장관 등의 사퇴를 결정했으나 연정 탈퇴여부에 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영 라디오는 에이탐 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NRP가 연정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의 사퇴로 샤론 정부는 120석 크네세트(의회)에서 59석으로 줄어들어 의회과반의석을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샤론 총리는 지난 4일 가자지구 철수 수정안을 각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이에반대해온 국민연합당 소속 각료 2명을 해임했다. 국민연합당은 이에 불만을 품고 연정에서 이미 탈퇴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NRP 소속 각료들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샤론 연정이 붕괴될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샤론 총리는 집권 리쿠드당 내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철수정책에 호의적인 노동당과의 연대를 꾸준히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이미 전날 의회 불신임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져 샤론 총리에게 `안전망'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노동당의 미묘한 움직임이 샤론 내각 1기인 2001-2003년의 리쿠드-노동당 연정의 재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당은 가자지구 철수를 지지하지만 샤론 총리의 실행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노동당이 적극 동조하지 않는 한 야당 진영은 내각 불신임안 가결에 필요한 61표를 얻을 수 없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생명선인 에레즈 공단을폐쇄하고 현지 공장들을 이스라엘 남부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후드 올메르트통상산업장관은 지난 6일 내각에서 가자지구 철수안이 통과됨에 따라 철수준비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200여 공장들 가운데 이스라엘인 소유인 절반 가량이 이전할 경우 5천여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생계를 잃게될 것으로 팔레스타인측은 우려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