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부동산 규제의 고삐를 죄자니 경기 침체 장기화가 걱정되고,경기를 감안해 고삐를 풀 경우 부동산시장에 다시 거품이 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건설수주액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으로 돌아섰고,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붐을 이유로 연기됐던 건설업종 구조조정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내수의 버팀목이었던 건설업종이 바닥부터 흔들리는 형국이다. 정부가 뒤늦게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 구조조정 본격화 조짐 정부가 지난해 양도세 강화와 단기 매매 제재 강화를 골자로 하는 '10·29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반전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위축세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건설수주액은 지난해 4·4분기를 고비로 마이너스 성장(-1.1%)으로 돌아서며 '침체 국면 진입'을 예고했다. 지난 1·4분기에는 2.4% 감소하면서 이 같은 예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4분기 중 일반건설업 1백2개사,전문건설업 7백21개사 등 총 8백23개 업체가 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하는 등 업계에서는 '부도 대란'을 우려하는 국면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4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건설교통부에 이번주 내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은 이런 긴박한 상황 대문이었다. 건교부는 7일 강동석 장관 주재로 건설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8일 대책을 취합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민스러운 '명분과 현실 사이'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경기 조율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고 대책을 발표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도 대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같은' 건설경기에 '핵폭탄'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어 종잡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정부와 여당은 시민단체들의 주장대로 분양원가 공개 방안을 도입·시행하는 안과 정부가 마련한 '표준원가 연동제'(분양가를 건설원가에 연동시키는 방안)로 대체하는 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마땅한 연착륙 방안 없어 고민 정부는 일단 '분양원가 공개제'의 불을 '표준원가 연동제'로 끄더라도 후속으로 내놓을 만한 확실한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부양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주택부문'의 경우 '집값 안정 기조'를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 여론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지난 4일 이 부총리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재건축단지 서민임대 주택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2백→3백%)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일부 재건축사업 재추진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부문의 토목이나 도로건설 사업에서는 약발을 받을 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써먹을 만한 것은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해 상반기에 추진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부문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전제로 행정신도시 같은 관급 프로젝트를 앞당기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백화점식의 효과 없는 '무늬뿐인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황식·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