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있는 2백68개 공공기관 가운데 1백80∼2백개 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계획,혁신클러스터 조성 등과 함께 이른바 지방혁신 3대 핵심사업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행정 수도 이전과 맞물려 정부가 지방화의 정책의지를 과시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뭔가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가균형발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구체화시키려면 그 전에 큰 그림부터 그려져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각 지역은 무슨 산업에 특화할지,어떤 차별적 전략으로 나갈지 등 선결돼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 그 나름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을 보면 일단 이전시키고 보자는 것만 같다. "수도권에 잔류해야 할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기관을 제외한 모든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에서도 잘 나타난다. 굳이 과거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밀어붙이다가는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라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지방정부 스스로도 이 시점에서 공공기관의 이전이 지역혁신에 가장 절실한 문제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산ㆍ학ㆍ연ㆍ관의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하지만 산ㆍ학 네트워크도 잘 안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물리적으로 모여 있으면 원하는 네트워크가 생성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는 충분히 평가하지만 자칫 지역혁신과 국가균형발전에는 별 효과 없이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꼴이 돼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