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는 땀을 '진액(津液)'이라고 한다. 몸 안의 진액이 너무 많이 빠져 나가 고갈되면 기(氣)를 손상시켜 건강을 해친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면 망양증(亡陽症) 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양기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는 뜻으로 숨이 차고 숨소리가 약하며, 식은 땀을 많이 흘리고 심하면 졸도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병과 관련 있는 땀을 크게 때, 부위, 색깔, 양 등으로 분류한다. ◆ 신장 나쁘면 밤에 땀 많이 흘려 =낮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면 자한증(自汗症)을 의심해야 한다. 온 몸이 나른하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 것은 기(氣)가 약해진 까닭이다. 이 때는 황기 인삼 등을 이용해 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반면 낮에는 땀이 흐르지 않다가 유독 밤에만 흐르는 도한증(盜汗症)이 있다. 마치 도둑처럼 몰래 흘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도한증에 걸리면 아침에 베개나 이불을 흠뻑 적시기 일쑤다. 대개 신장의 기운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당귀 숙지황 등으로 몸 속의 음(陰) 기운을 보충하고 신장 기운을 올려주면 밤에 흘리는 땀을 줄일 수 있다. ◆ 위가 약하면 손발에 땀 많아 =유난히 손이나 발에 땀이 많은 '수족한(手足汗)'은 비위(脾胃)에 열이 많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비위에 열이 있을 때는 손발에 땀이 나면서 음식 생각이 없고 몸이 무거운 증상이 나타난다. 비위 기능이 떨어질 때는 손발이 차면서 땀이 난다. 열이 위장 부위에 모여 흩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황기나 계피나 무 가지인 계지 등으로 모여 있는 열을 풀어 온몸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을 쓴다. 기운을 많이 소모하는 수험생에게는 황기를 넣은 삼계탕이 손발의 땀을 없앨 뿐만 아니라 여름 보양식으로 좋다. 머리에 땀이 많은 두한증(頭汗症)인 사람들은 땀이 눈에 들어가기 쉽다. 보통 스트레스를 술이나 기름진 음식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잘 나타난다. 술이나 음식으로 인해 비위에 습열(濕熱)이 쌓이고 이것이 머리 위로 치솟아 땀으로 나타난다. 이 때는 갈근이나 백지 등의 약재로 몸에 쌓인 습열을 제거하고 양기를 올려주면 치료된다. 가정에서는 냉칡차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 속의 습열을 없앨 수 있다. 성 기능을 주관하는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양기가 부족해 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을 음한(陰汗)이라고 한다. 신장 기능을 올려주고 양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는 음양곽 등이 좋다. 집에서는 신장 기능을 올려줄 수 있는 검은 콩, 검은 깨 등 검정 식품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 간에 이상이 있으면 누런 땀 흘려 =땀의 색으로도 건강을 판단할 수 있다. 땀에 노폐물이 많아 농도가 짙은 누런 색을 띠는 황한(黃汗)이 흐르면 간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간담(肝膽)에 습열이 많아 담즙 색소가 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간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시호, 황금 등을 달여 먹으면 좋다. 평소 간에 습열이 쌓이지 않도록 음주, 고칼로리 음식 등은 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기름땀이 흘러 온 몸이 끈적거릴 정도라면 비장이 상한 것이다. 피부를 만져 보면 찬 것이 특징이다. 이 때는 계지, 백작약 등으로 비장의 기능을 올려주는 치료를 하면 기름땀이 덜 흐른다. 가정에서는 계지로 차를 달여 마시거나 냉면 등 여름철 음식에 계피를 넣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땀을 아예 안 흘려도 문제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유전적으로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양기가 지나치게 왕성해 땀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칡뿌리나 생강을 달여 마시면 땀을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망양증에는 계지, 부자 등을 사용한 처방으로 양기를 보충하는게 좋다. ◆ 더위와 땀을 물리치는 생맥산 =글자 그대로 맥을 살리는 약이다. 자한증은 물론 더위 먹은 사람과 더위를 못 이기는 사람에게 좋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을 1대 1대 2로 끓인 다음 식혀서 마신다. 인삼은 진액을 생기게 하고, 맥문동은 폐와 기관지를 강화시키며, 오미자는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