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아직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학입니다. 앞으로 국제화 개방화된 대학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최근 KAIST 제12대 총장으로 선임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KAIST를 개발도상국이 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4월에 과학기술부 고위 관료 등으로부터 총장에 응모해달라는 권유를 강하게 받았다"며 "총장에 선임된 후 한국의 과학기술부와 연봉 및 재직기간 등과 관련한 구체적 계약 내용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KAIST에서 일하게 될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총장에 부임하더라도 스탠퍼드대에는 휴직 상태로 계속 교수신분을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포항공대 안에 설립돼있는 국제연구소인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소장직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미국은 거대하기 때문에 국가와 대학 조직을 변화시키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한국은 탄력성만 붙으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면서도 "직접 나서서 KAIST를 억지로 개혁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KAIST의 예산을 운영하고 통제하는 일에도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들어 미국 이공계대학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RD&D'(Research Development & Delivery;연구 개발 및 이전) 프로그램을 KAIST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성과를 기업이나 일반인에게 이전하는 기법을 교육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농촌에서 태어나 지난 79년 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32세 때인 82년에 '분수 양자홀 효과'를 처음으로 규명한 공로로 9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