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동조합이 27일 은행측이 신입행원들에게 강제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은행장실 점거에 나서고 은행측은 이에 맞서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하는 등 노사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산업노조 양병민 위원장 권한대행과 조흥은행 윤태수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노조 및 조흥은행 노조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교 본점 7층 은행장실에서 최동수 행장을 사실상 감금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또 경찰력 투입에 대비해 전국 노조분회장 400여명에게 이날 오후 7시까지 본점으로 집결하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앞서 은행측은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 본점 주차장에 경찰 1개 중대가 긴급 배치돼 사태진전 여부에 따라 경찰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측은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인사담당 부서장들이 지난 25일 오후 조흥은행 신입행원 50여명을 시내 모처로 불러 "사표를 내면 신한은행에 입행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성 노조원들은 이날 청원경찰 및 직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인 끝에 행장실에 진입했으며 이 시각 현재 양 권한대행과 윤 위원장이 최동수 행장과 면담을 진행중이다. 양 권한대행과 윤 위원장은 "은행측이 사전에 노조와 협의없이 지난해 5월 입행한 조흥은행 신입행원 50여명을 대상으로 강제퇴직과 신한은행 입행을 종용하는 것은 작년 6.22 노.사.정 합의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어긴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행장은 "퇴직은 자유의사에 의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며 "조흥은행에 인원이 남아 신한은행으로 보내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조원들은 은행측이 이번 퇴직종용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최 행장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윤태수 노조위원장은 "사태 해결전까지 은행장실을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신입행원들의 집단퇴직 종용이 부당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직원교류를 통해 신한.조흥은행의 화학적 통합을 앞당기려는 신한금융지주의 통합추진 작업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전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직종용 사태를 철회하라"고 요청한데 이어 금융노조 간부들에게 비폭력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노조측이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