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사 임금협상에서 임금동결에 합의하는 노조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노사간에 경영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고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의 노조들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내 몫 챙기기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임금동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자동차노조 등 일부 대기업 노조들은 여전히 두자릿수 임금인상 요구를 고수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6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임금협상을 타결한 1천26개 사업장 가운데 20%인 2백13곳이 임금을 동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결업체 1백49곳에 비해 42.9%, 64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작년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매출 14조3천5백93억원, 순이익 1조9천8백5억원)을 올렸지만 '고유가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힘든 점을 고려해 임금동결에 앞장서자'는데 노사가 합의했다. 특히 노동계 강경 투쟁을 선도해 왔던 태광산업 영창악기 통일중공업 등의 노조도 올해는 임금동결에 동의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불안 속에서 '노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번지면서 강성노조들마저 임금투쟁을 자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2년 장기 파업 몸살을 앓았던 태광산업은 작년엔 4백억원이나 흑자를 냈는 데도 이 회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가 확실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임금동결안을 사측에 먼저 제시했다. 작년에 적자를 냈거나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일수록 임금동결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해 적자를 낸 대한화섬 노사는 '올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는데 공감하고 임금을 동결했다. 세계적 악기제조회사인 영창악기도 직장 폐쇄를 할 정도로 노사갈등이 심각했지만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라는데 노사가 인식을 함께하고 임금동결을 이끌어냈다. 윤기설 노동전문ㆍ울산 창원=김태현ㆍ인천=김인완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