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승부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호쾌하게 날린 티샷이 아득히 OB라인을 넘어서 사라질 때 진한 쓴 맛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을 '장타의 비극'이라고 한다. 거리가 짧은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골프의 또 다른 맛이다. 골퍼중에 가장 얄미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신통치 않는 티샷-평범한 아이언샷 부드러운 어프로치샷-정교한 퍼팅-탁월한 점수. 이처럼 또박또박 치는 '또박이'에게 걸리면 장타의 비극은 극대화된다. 골프를 잘 하려면 거리와 방향이 다 좋아야 한다. 그러나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선 거리,후 방향'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많은 골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단 거리를 내고 나서 나중에 방향을 잡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지나치게 방향을 중시했었다. 처음부터 점수관리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거리가 신통치 않았고 드라이버를 마음껏 휘두르는 체질인 아내의 티샷이 나보다 더 나가는 일도 있었다. 티샷거리 2백야드로는 골프실력이 더이상 늘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데 3년이상이 걸렸다. 물론 그동안은 OB 걱정은 없었고 초보자로서 점수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그 뒤부터는 '그래 비극도 드라마고 OB도 작품이다'는 심정으로 거리 향상을 위해 마음껏 휘둘러댔다. 한 번은 차범근 감독하고 라운드하면서 장타를 따라 치다가 허리를 다쳐 2∼3개월간 병원신세를 진적도 있다. 차 감독은 운동신경이 좋은데다 하체가 튼튼하기 때문인지 2백50야드는 가볍게 넘기는 장타자다. 최근 나는 거리도 많이 늘었고 점수도 상당히 좋아졌다. OB를 많이 내 본 사람이 결국 골프도 잘 하게 돼 있다. 기업경영에서도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정공법을 쓰는 것이 좋다. 중요한 원칙을 피해 다니면 언젠가는 스스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경기도에 있는 R골프장 화장실에는 이런 묘한 골프명언이 붙어 있다. '장타를 포기하는 순간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 친구 K가 이 글만 보고 나오면 OB를 내고 만다고 말하니까 또 다른 친구가 이런 농담을 해서 한바탕 웃고 말았다. '아,그거 정형외과 의사들이 붙여 놓은 거야!'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