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도서국가인 바레인의 셰이크 하마드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이 21일 경찰의 시위 강경진압에 진노, 내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할리파 국왕은 칙령을 통해 "오늘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벌어진 일에 마음이 상했다"며 모하마드 빈 할리파 알-할리파 내무장관을 군 장성인 라시드 빈 아흐마드알-할리파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할리파 국왕은 나자프와 카르발라 등 "이라크의 이슬람 성지와 팔레스타인에서벌어지고 있는 탄압과 침략에 국민과 분노를 함께 한다"면서 "국민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의 우리 아랍 형제들에 대한 탄압과 이라크교도소에서 벌어진 수감자 학대, 성지 침범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은 국민의 합법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금요 합동 예배일인 이날 수도 마나마에서는 시아파 신도가 주축이 된 5천여명의 군중이 미군의 이라크 성지 점령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고, 이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30여명이 부상했다고 관영 BNA 통신이 전했다. 이날 시위는 사전 신고 없이 벌어졌으며 성난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경찰 차량을 전복시켜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은 성지에서 떠나라" 등의구호를 외쳤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의 초상화를든 시위대도 눈에 띄었으며 일부는 성지 사수 의지를 상징하는 흰색 수의(壽衣)를입고 시위에 참가했다. 바레인은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정책을 지지한 역내 핵심 우방이다. 할리파 국왕의 칙령은 미군의 이라크 재소자 학대 파문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분노하는 아랍 민중의 반미, 반이스라엘 감정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한것으로 해석되고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