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들이 20일 천수이볜(陳水扁) 대만총통의 취임사와 중국 반응에 대해 잇따라 오보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21일 오전 8시 현재 아무런 공식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대만 최고 유력지의 하나로 꼽히는 중국시보(中國時報)는 20일 인터넷 판에서천 총통이 취임사에서 중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으나 천 총통의 발언은 "중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을이해한다"였다. 이 때문에 타이베이 주재 외신기자들은 천 총통이 양안 관계와 관련, 당초 예상됐던 유화적인 자세를 버리고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 갑작스런 입장 변경 배경을 알아보느라 분주히 움직이며 혼란을 겪었다. 대만 언론들은 또 이날 밤 중국 외교부가 천 총통 취임사 수 시간만에 천 총통이 역내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비난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으나 확인 결과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는 천 총통 취임사와 관련, 아무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확인했고, 당 중앙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21일 오전 8시 현재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앞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천 총통의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대만 문제는 대만사무판공실의 소관 사항으로 자신은이에 대해 논평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대만 언론의 이같은 잇단 오보는 천 총통의 내심을 대신 강조하고 중국을 비난하기위한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즉각 공식 논평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언론들은 천 총통의취임사는 유화적인 수사법을 사용했지만 결국 독립의 길로 나가는 로드맵이라고 비난하고 지난 17일의 대(對)대만 경고 성명을 되풀이 하고 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21일 대만 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천 총통취임사는 교묘하게 조작된 '독립 로드맵'이라고 지적하고 그의 발언은 유화적인 색채가 짙었지만 양안관계에 불신과 불확실성을 부채질 했다고 논평했다. 대만을 마주보고 있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대학의 판 시저우 교수는 "천 총통은 모든 현안에 대해 애매하고 불분명한 어투로 자신의 정책을 밝혔다"고 말하고 "그의 대만 독립 의지는 취임사 곳곳에서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천 총통 취임에 앞서 관영 신화 통신을 인용,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하고 당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5.17 공동 성명을 거듭 소개했다. 이 성명은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분쇄하기 위해 어떤 대가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홍콩 언론들은 대가에는 ▲올림픽 개최 취소 ▲경제 발전 지연▲ 전면적인 양안 관계 단절 등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중국은 경고성 성명 발표와 때를 같이해 인민해방군 난징(南京) 대군구장병들의 휴가를 취소하는 등 3급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또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푸젠(福建)성에는 올해초까지 1개 사단이던 병력이 최근 들어 4개 사단 규모로 증강됐다. 장쩌민(江澤民)중앙 군사위원회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겸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19일 해방군 공군 당 대회에 참석, 공군이 조국 통일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격려했는데, 이날 중앙군사위 수뇌부의 회동은 전쟁동원 의미를 짙게풍겼다고 홍콩 신문들은 해석했다. 한편 미국은 이미 키티호크 항공모함을 앞세운 태평양 사령부 제 7함대 주력 함대를 동아시아 해역에 파견했다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18일 보도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