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말 이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분양권시장은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최근 2∼3년새 분양가가 훌쩍 뛰면서 새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웃돈을 주고 재개발구역이나 입주가 임박한 분양권을 구입하는 게 더 실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시세조사에서도 작년 10ㆍ29 이후 6개월간 서울 아파트 값은 0.44% 상승한 데 반해,분양권 값은 5.01% 올라 기존 아파트 상승률을 훨씬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분양권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 단지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분양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실수요자라면 눈높이를 저평가 분양권에 맞춰 내집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단지규모보다 입지여건에 주목 저평가 분양권은 대부분 아파트가 3백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격 메리트가 높고 교통여건이 좋은 단지가 적지않은 만큼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용산구 이촌동 '동원베네스트' 32평은 현재 분양가보다 3천만원가량 오른 3억3천5백만∼3억4천5백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1백3가구로 소규모 단지이기는 하나 4억∼5억원을 호가하는 인근 이촌동 대림아파트보다 크게 낮은 가격이다. 강서구 화곡동 '한화꿈에그린' 아파트도 인근 시세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2억5천만원에 분양된 31평 분양권가격이 3억∼3억4천만원선으로 화곡동 '롯데낙천대' 35평형 시세인 3억7천∼4억2천만원보다 5천만원가량 싸다. 5호선 발산역을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 9호선 개통의 후광효과가 기대되는데다 인근에 화곡저밀도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는 등 개발재료가 많은 입지다. 성동구 금호동 '대우드림월드' 분양권도 주변 단지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31평형 조합원분 시세가 3억1천5백만∼3억9천만원으로 인근 대우 '푸르지오' 33평형의 3억5천만∼4억7만원보다 싼 편이다. 단지옆에 금호 7구역 재개발이 추진되고 지하철 3호선 금호역과 5호선 신금호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매입은 입주 2∼3개월 이전에 분양권 웃돈은 시차를 두고 형성되지만 입주 한 달 전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스피드뱅크가 서울지역 1백43개 단지 4백93개 평형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입주 한 달 전 웃돈 상승률이 전체 웃돈의 18%를 차지했다. 따라서 입주임박 단지를 노리기보다는 최소 2∼3개월의 여유가 있는 단지에 투자하는게 바람직하다. 스피드뱅크 관계자는 "분양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분양권 매입이 청약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전매금지 조치에 따라 거래 가능한 분양권이 갈수록 줄고 있는만큼 실수요자들은 입주 6개월 전후의 단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