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영웅 로베르토 바조(37.브레시아)가 숱한 영욕 속에 18년 간 누벼온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했다. `말총머리' 바조는 17일 새벽(한국시간) 밀라노 산시로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챔피언 AC밀란과의 원정경기에서 종료 6분을 남기고 교체돼 벤치로 걸어나왔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여 팬들은 시대를 풍미한 아주리 군단의 큰 별에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18년 동안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 등 7개 구단을 돌며 이탈리아 프로축구(세리에A) 통산 451경기에 출전해 현역 선수로는 유일하게 200고지를 넘어 205골을기록한 바조는 이날 후반 절묘한 프리킥으로 은퇴 무대에서 마지막 골을 기록할 뻔했으나 볼은 골 포스트를 맞고 비켜 나갔고 팀은 AC밀란에 2-4로 졌다. 앞서 바조는 지난 달 29일 제노바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A매치에 출전해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로서 고별 경기를 치렀다. 스타빌레, 파울로 로시, 스킬라치 등 이탈리아 특급 골잡이의 계보를 이은 바조는 A매치 통산 56경기에 출전해 27골을 뽑았다. 바조는 93년 유럽 올해의 선수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으나 이듬해 미국월드컵 결승에서 어이없는 승부차기 실축으로 우승컵을 브라질에 내줘 `역적'으로 몰리며 혹독한 시련을 맞기도 했다. `바조, 잊지못할 신화이자 현실' 등의 배너가 내걸린 관중석을 바라보며 어린이들에 둘러싸여 걸어나온 바조는 "이번이 나의 마지막 경기였다. 더이상 은퇴에 대한생각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