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권양숙 여사와 함께 TV로 헌법재판소의 심판결과를 지켜봤다. 참모들은 옆에 없었고 헌재의 결과에 대해서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곧바로 본관 집무실로 향했다. 이어 수석·보좌관 전원,몇몇 선임비서관들과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그간 마음고생도 많았고 힘도 들었을 텐데 잘 견뎌줬다"며 "이번처럼 각별히 절제했던 자세를 가져가면 더 큰 일도 해낼 수 있을것"이라고 격려와 소회를 밝혔다. 1시간에 걸친 오찬의 화제는 경제에 집중됐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민생·서민경제와 관련된 얘기가 폭넓게 오갔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에게 호응받는 정책을 만들도록 하자"며 "앞으로는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정책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63일만에 관저에서 본관으로 이동하다가 만난 청와대 관람객들에게 "감사합니다"고 인사했다. 윤 대변인은 "이 말이 일반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오후 헌재심판에서 대리인단을 이끈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방문을 받고 노고를 치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에는 고건 총리와 관저에서 만찬을 나누면서 두달여 동안의 업무대행에 감사를 표했다. 노 대통령은 오는 17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정책실 강화를 뼈대로 하는 비서실 개편안을 확정하고 인선까지 끝낼 방침이다. 이어 국무회의,기업계 인사접견,일부 지방행사 등으로 업무 정상화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경제와 민생문제에 나서면서 경제관련 청와대 참모들도 종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14일 오찬 이후 박봉흠 정책실장,권오규 정책수석,조윤제 경제보좌관,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등은 모두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민생 챙기기와 현안점검으로 발걸음이 바빴다. 한편 비서실은 14일 경제정책과 관련,노 대통령의 집권2기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도 냈다. 비서실은 이 자료에서 "노 대통령이 '경제문제에서 사회적 주제가 겉돌고 있다'고 여겼다"며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막연히 불확실성만 강조해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불안전한 구조들의 근본적인 개선책에 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금융 노사관계 투자 기업투명성 문제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규제와 관련,"어떤 기업이 무슨 투자를 하려는데 무엇이 어떻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