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부화했다가 땅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매미수 조마리가 성충으로 변신, 한꺼번에 지상에 나와 미국 동부 대륙을 휩쓸고 있다. 지난 87년께 지상에서 `찰나적인' 애벌레 시절을 보냈던 이들 매미는 오는 6월생을 마감하기에 앞서 자손 번식을 위해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왔다. 이들은 약 스무날에 걸친 요란한 `교미 의식'을 마치면 이내 죽음을 맞게 되며,그 자손은 역시 부화 후 곧바로 17년간의 땅 속 동면에 들어가 오는 2021년에 성년으로 지상에 복귀한다. 빨간 눈에 커다란 입이 특징인 못생긴 이들 매미의 출현은 조지아, 인디애나,켄터키, 뉴욕, 오하이오 등 주로 동부 14개주에서 목격되고 있다. 13년생들이 간간이 섞여있기는 하지만 수 십종에 달하는 17년생들이 주류이며,이들 가운데 `X종(Brood X)'이라고 명명된 매미들이 최대군단을 이루고 있다. 매미들은 모기처럼 물거나 찌르는 일이 없어 인간에게 특별히 해악을 끼치지는않지만, 교미 때 내는 소리가 여간 시끄럽지 않아 야외 결혼식, 졸업식, 골프 대회는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한다. 수컷 매미는 날개를 비벼대는 방법으로 길고도 요란스런 소리를 내서 암컷 매미를 유혹한다. 소리도 각양각색이어서 1950년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비행접시 소리를 내는놈이 있는가 하면, 지글지글 끓는 듯한 소리를 내는 놈들도 있다고 한다.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나뭇가지의 틈에 약 600개 정도의 수정란을 남겨놓게 되며, 알은 수 주내에 부화한 뒤 애벌레로 변신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금자리를마련하게 된다. 애벌레는 땅 밑에서 나무 뿌리의 자양분을 빨아먹고 성충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17년이 지나면 나무를 타고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연구를 통해 매미의 증가가 부분적으로 산림 황폐화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번에 매미 떼 출현을 계기로 미국내 산림에 미치는영향을 주의깊게 살필 계획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