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다임러간 전략적 제휴 해소로 양자간 공동 핵심사업이었던 상용차 부문의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의 기술 확보 및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독자생존'을 자신하고 있지만 다임러와의 제휴 주력 차종이었던 5t, 8t 급에 있어서는 당장 개발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t, 8t급 부문에서는 현대차의 독자 기술로는 7월로 예정된 배기가스 규제 변경을 충족시킬 수 없는 실정인데다 다임러 등 유수 업체들과의 경쟁도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홀로서기'를 원칙으로 하되 선진 메이커들과의 부문별 제휴 및 협력도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 상용부문 당분간 차질 불가피 = 현대차는 소형과 대형 부문에서는 이미 자체 기술을 확보, 7월 바뀌는 배기가스 규제 변경을 충족시키는 등 독자 대응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5t의 경우 승용차에서만 활용되던 전자식 커먼레일 방식이 접목된 W엔진 개발이 이미 완료됐고 11.5-25t의 대형 부문에서도 최첨단 파워텍 엔진 개발이 이미 2-3년전에 끝나 유로3 기준 뿐 아니라 유로4, 유로5에 대응하는데 있어서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5t,8t(KK엔진), 9.5t급(Q엔진) 등 다임러로부터 핵심기술을 공여받을 예정이었던 중형급. 엔진 합작공장은 당초 이달부터 양산에 들어가 2005년부터 연간 5만대씩 다임러의 4.3, 6.4, 7.2ℓ급 최신형 디젤엔진인 `900시리즈'를 생산, 향후 현대차의 2.5∼14t 트럭 및 중대형 버스 등에 탑재할 예정이었다. 현대차는 기아차에서 들여온 KK엔진과 자체개발한 QQ엔진에 산화 촉매장치(DOC) 등을 적용, 배기가스저감장치를 장착해 7월 규제 변경에 대처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신엔진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아래 이미 남양연구소에서 신엔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추가 장치를 장착하더라도 시험테스트 등 준비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7월 시한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현대차가 다임러와의 상용차 합작을 전제로 계획했던 2005년 전주공장 10만-12만대 생산 확대(현 5만대 수준)도 현재로서는 달성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자체 개발에 따라 전체 상용차 부문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팎 경쟁 격화 = 수입차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내수 시장만하더라도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피아트 그룹의 상용차 계열사인 이베코사가 올 1월 LG상사를 통해 대형트럭 부문 한국판매에 본격 나섰고 인도 타타모터스도 2월 대우상용차를 인수, 대형 뿐 아니라 중.소형 상용차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8t이상의 대형트럭을 중심으로 수입차 메이커의 국내 판매량도 급신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트럭시장에서 수입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월 61%(4천350대 중 2천652대)로 전년 같은 기간의 52.7%(3천852대 중 2천30대)보다 8.3% 포인트나 높아졌다. 국내 전체 상용차 시장내 수입 메이커 판매 비중도 99년 1.2%에 불과했으나 2002년 2.5%, 2003년 3.6%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도 자력으로 선진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다임러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략을 재편키로 계획을 수정키로 한 가운데 벤츠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쓰비시의 상용차 부문에서 독립한 푸조(FUSO)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어서 현대차는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독자 기술로 다임러 등 외국업체와 부딪쳐야 한다. 중국의 현 자동차 수요는 승용 300만대, 상용 200만대 규모로 상용차 수요 역시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며 장기전망이 매우 밝은 상태다. ◆독자생존 토대로 다양한 제휴 모색할 듯 = 일각에서는 이번 관계 정리로 현대차의 상용차 사업의 `운신의 폭'이 다임러 의존 일변도에서 보다 자유로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략적 제휴 체결 당시 적자였던 상용차 부문은 2002년 이후 흑자로 돌아섰으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 현대차는 상용차엔진합작의 다임러지분을 전량 인수함으로써 수익성 향상의 수혜를 다임러와 나누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러나 대내외적인 도전에 부닥친 상황을 감안할 때 현대차는 향후 상용차 부문 등에서 볼보나, 스카니아, 만, 이베코 등 유럽 선진 메이커들과 다양한 제휴를 모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의 엔진 제조업체들을 통한 아웃소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일 규모로 최대인 중국 상용차 시장에서 다임러 등에 맞서 당장 현대차 상용엔진으로 돌파하기는 역부족인데다 다임러와의 결별로 생긴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 위해서라도 제휴선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동진 부회장도 "그동안 상용차를 독자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술력과 자금동원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외국업체와 합작회사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제휴 파트너를 찾아 협력을 전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며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면 필요에 의해 `적과의 동침'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속력이 커 추후 협력 필요성이 해소되더라도 `결별'이 쉽지 않은 합작 형식은 배제하더라도 부문별.사안별 다양한 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굿모닝 신한증권 손종원 연구원은 "다임러와의 전략적 제휴 청산으로 현대차는 다임러 엔진보다 가격이 싼 다른 엔진을 조달하고 중국과 유럽에서 다임러의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업체들과의 제휴 추진의 길도 그만큼 폭넓게 열린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onews.co.kr